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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울게 되는 이유는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원하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울게 되는 이유는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습니다/ 이원하

시낭송행복플러스 2020. 7. 17. 09:57

 

 

이불속에 들어오지 못하는 발자국으로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믿을 게 됩니다

 

눈을 감아도 표현됩니다

한숨과는 다른 표현이 가능합니다

가로등 불빛이 꺼져도 표현됩니다

여보세요, 이렇게 말입니다

 

발자국은 솔직해서 참 푸릅니다

나를 모른 체하지 않아서 푸르고 오월입니다

오월의 눈밭에서 나는 나의 감정을 믿지만

그리고 걷지만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는 솔직함일 뿐입니다

 

울 것 같다면 그것은

대상에 대한 마음이 깊지 않기 때문입니다

깊으면 울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옳은 길을 걷고 있다면 울어집니다

 

미안합니다

 

말도 못 해보고 아프다면

감정을 잘 따라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길에게도 나이가 있고

길에게도 체력이 있습니다

감정을 잘 따라가면 그 길은 피곤한 길이 됩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런다고 어쩌겠습니까

 

발자국에 진심이 있지만

차라리 울거나 아프고 맙니다

아무도 나의 깊은 곳을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눈치 보며 걷느라 깊어진 발자국에

무릎도 꿇어지는데 말입니다

 

 

시 전문 계간 발견2020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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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 1989년 서울 출생. 2018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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