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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당신은 계속 멈춰 있다/ 강성은 본문
당신은 계속 멈춰 있다
강성은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다음 시즌을 보면
모두 살아 있어
누가 태엽을 감아 주었을까
한 덩이 세탁비누가 사라졌다 다시 뭉쳐질 때까지
교복에 묻은 피를 지우고 있는 소녀에게도
밤의 도로 위에서 벌떡 일어나
오토바이를 찾는 배달원에게도
벽장 속에 숨어 있는 부끄럼이 많은 유령들에게도
오래도록 태엽을 감아 주고 싶은데
어느 날 아침 현관문을 열면 내가 아홉 살 때 잃어버린 장난감이
문 앞에 도착해 있어
(어디 갔다 왔니)
마치 어제 집을 나갔다 돌아온 것처럼
반겨 줄 아이를 본다
태엽을 감는 손
태엽 감기를 잊은 손
생각에 빠졌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가 되는 동안
⸻사이버문학광장 《웹진 문장》 2022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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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은 /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2005년 《문학동네》 신인상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 『단지 조금 이상한』 『Lo-fi』 『별일 없습니다 이따금 눈이 내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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