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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사과 2/ 장순금 본문
사과 2
장순금
붉은 사과는 탯줄을 달고
질펀한 건초 더미 사이로 기어가 봄을 왈칵 쏟아내었다
커다란 나뭇잎 하나로 피 냄새 나는 봄을 가리고
햇살이 과육 속으로 들어가
달달한 흙의 등을 저물도록 밟고 다녔다
가을은 그렇게 쓰고 달게 무르익어 갔다
세상에는 사과가 끊지 못한 탯줄이 돌아다녀
나를 낳고 너를 낳고 우리를 낳아
열매들은 적당히 익어 갔으나
오늘의 일기는 늘 불안했다
떨어진 열매 하나 주워서 시집에 올렸다
붉은 유전자의 문장이 일가를 이루는
책 한 권
내가 먹은 과육의 핏덩이가 책 속에서 집을 지었다
⸺계간 《문파》 2021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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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금 / 부산 출생.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5년 시 전문지 《심상》으로 등단. 시집 『얼마나 많은 물이 순정한 시간을 살까』 등 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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