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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수혈 (외 2편)/조성국 본문
수혈 (외 2편)
조성국
홍등 켜진
황금동 콜박스 근처가 아닌가 싶다
빳다방망이 든
써클 선배한테 이끌려 억지 동정을 떼려던 게
문득 생각난
유난히 깊고 검푸른 저녁이 아니었는가 싶다
하필이면
낭자한 핏빛 홀복을 입고
유리방 속에 진열된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혹시나 병상에 드러누운 내가
피가 모자랄 것 같으면
가두방송으로 헌혈을 부탁할 거라고 말을 건네었을 듯
총상 깊은
광주 천변 적십자병원 응급실에서가 아니었는가 싶다
손수 찾아온 피가 한 방울
두 방울 내 몸속으로 뛰어내려 스미던
그
늦은 봄밤이 어제이련 듯
생생하기 그지없어서 그런가 싶다
굳이 내가 이 본적의 도시를
한 번도 떠나지 못하는
끝내 저버리지 못한 까닭이 있다면, 있었다면
내 나이를 물으니까
나이를 말할 때면 나는
한참이나 젊어진다
아카시아 꽃향기 자욱한
광주 근교 예비군무기고에서 탈취해 온 M1소총
밤하늘에다 대고
세 발 네 발 연달아 쏘아대던
그러니까 교련복 차림으로 옥상에서
계엄군 쳐들어온다는, 카랑카랑하면서 절박하게 이어지던 누나의
가두방송을 새겨들으며
불끈 그러나 실은 맞은편
상무관 마룻바닥에 구더기 꿈틀대던 시체를 껴안고
있는 힘 다해
애타게 부르짖는 광경
겁나게
떠올라서 무턱대고 쏘아 올린 총탄
포물선 그으며
티끌 한 점 건드릴 힘도 없이 그냥 툭 떨어지듯
사근사근 대변하듯
외신기자회견 마친 광대뼈 붉어진 곱슬머리 형이 올롱한 눈빛 치켜뜨며
덥석 끌어안아 주며
도청 밖으로 재빨리 내쫓아 보내 놓고서는
총 맞은
총을 맞아 주는
지독한 봄날의 어슴새벽
장전된 제 총의 방아쇠를 끝끝내 당기지도 않았던 최후의
일각!
거기에서부터 나는,
나의 생은 다시 시작되었으니까
당연히 대답이 시퍼런 청춘에 가까워진다
내 몸엔 유골 냄새가 산다
노제 지내는데
끄으름 냄새가 났다
화장한 아버지의 유골을 받으러 수골실에 갔다 맡은
냄새와 똑같은
국군통합병원과 505보안대와
접근하면 발포한다는 국가안전기획부 담장
경고의 표지가
붉게 새겨진 잿등 고갯길에서도
살 타는 냄새가 풍겼다
신원 확인도 없이
마다리 포대에 담긴 시신을 소각시켰다는 퇴역 군의관의 구술과
그 근동에 살던,
며칠간 유독 장독 위로 희뿌옇게 먼지가 가라앉아 쌓였다는
주민 여러분의 증언
귀담아들어서인지는 몰라도 냄새가
여태 가시질 않았다
아버지 뼈단지처럼이나
그 당시란 말이 아주 크낙한 통증이 되어버린
내 머릿속과 몸에 숙주와 같이 눌러앉아
사십 수년째 함께 살고 있다
⸻시집 『귀 기울여 들어 줘서 고맙다』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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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국 / 1963년 光州 출생. 1990년《창작과비평》봄호에 「수배일기」연작 6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슬그머니』『둥근 진동』『나만 멀쩡해서 미안해』『귀 기울여 들어 줘서 고맙다』, 동시집 『구멍 집』, 평전 『돌아오지 않는 역사 청년 이철규』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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