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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시산책]/이서윤 시낭송모음

고요한 봄/ 최태랑

시낭송행복플러스 2022. 5. 4. 07:17

[감성시낭송] 고요한 봄/시 최태랑, 시낭송/이서윤

고요한 봄

 

  최태랑

 

 

북한산 능선 길 그늘에 앉아 봄을 쬔다

그늘을 넓히느라 적송은

파란 손가락을 내미는 중이다

우듬지까지 수액이 흐르면 나무는

하늘과 한 뼘 가까워질 것이다

저 산 아래 흐르는 강도 봄을 낳는 중이다

물고기들이 단맛 든 강물을 찍어 먹는 사이

비늘처럼 윤슬이 튀어 오른다

강은 먼 기억을 품은 채 흐르고

나무는 부지런히 봄볕을 떠먹는다

마음이 몸을 부축하고 걷는 길

혼자서는 목이 메어 도시락 내려놓고

터벅터벅 외로움을 더듬는다

앞서간 것들이 그리운 봄날

너덜대는 마음 하루재에 앉혀두고

이제는 버려야 할 것과 지니고 갈 것,

흑백의 풍경을 분리해 본다

바람에 팔 하나를 내어주는 나무처럼

나는 누구에게 나를 내어줄까

어느 봄날

잊었던 나를 불러내어 고요히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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