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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9월의 시 모음(안도현 시인의 9월이 오면 외 )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주제별 좋은시

9월의 시 모음(안도현 시인의 9월이 오면 외 )

시낭송행복플러스 2014. 9. 1. 15:17

 

 

 

 

                                                                                                                                                             사진-다음카페이미지

 

 

9월이 오면/ 안도현

 

그대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9/ 헤세 

 

정원이 슬퍼한다

꽃송이 속으로 빗방울이 차갑게 스며든다

임종을 향하여

여름이 가만히 몸을 움츠린다

 

높은 아카시아나무에서

잎이 황금빛으로 바래져 하나씩 떨어진다

죽어 가는 정원의 꿈 속에서

여름은 놀라고 지쳐 웃음 짓는다

 

여름은 아직도 장미 곁에

한참을 머물며 위안을 찾다가

그 크고 지친 눈을

조용히 감는다

 

 

9월이/ 나태주

9
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익고
너는
내 가슴속에 들어와 익는다.

9
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속을 떠나야 한다

 

9/ 목필균

9
월이 오면
앓는 계절병

혈압이 떨어지고
신열은 오르고
고단하지 않은 피로에
눈이 무겁고

미완성 된 너의 초상화에
덧칠되는 그리움
부화하지 못한
애벌레로 꿈틀대다가
환청으로 귀뚜리 소리 품고 있다

 
 

 

9/ 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
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엷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9월과 뜰/오규원 (1941-2007)

8
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
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가
퍽 엎질러져 있다
그곳에
지나가던 새 한 마리
자기 그림자를 묻어버리고
쉬고 있다

 

 

 

9월의 시/(함형수(시인 1914-1946)


하늘 끝없이 멀어지고
물 한없이 차지고
그 여인 고개 숙이고 수심지는 9.
기러기 떼 하늘가에 사라지고

가을 잎 빛 없고
그 여인의 새하얀 얼굴 더욱 창백하다.
눈물 어리는 9
.
9
월의 풍경은 애처로운 한 편의 시
.
그 여인은 나의 가슴에 파묻혀 우다


  

 

9월의 시/ 문병란(시인 1935- )


9
월이 오면
해변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
무성한 여름을 벗고
제자리에 돌아와
호올로 선다

누군가 먼 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
저녁, 가로수들은 일렬로 서서
기도를 마친 여인처럼
고개를 떨군다

울타리에 매달려
전별을 고하던 나팔꽃도
때묻은 손수건을 흔들고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
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

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
먼 항구에선
벌써 이별이 시작되고
준비되지 않은 마음
눈물에 젖는다

  

 

구월의 시/ 조병화(시인 1921-2003)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
그리하여 그 가벼움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 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9월이 온다 / 박이도(1938 - )

 

9월이 오면

어딜론가  떠나야 할 심사

중심을 잃고 떨어져갈

, 황의 낙엽을 찾아

먼 사원의 뒤뜰을 거닐고 싶다

잊어버린 고전 속의 이름들

내 다정한 숨소리를 나누며

오랜 해후를, 9월이여

 

양감으로 흔들리네

이 수확의 메아리

잎들이 술렁이며 입을 여는가

 

어젯밤 호숫가에 숨었던 달님

혼사날 기다리는 누님의 얼굴

수면의 파문으로

저 달나라에까지 소문나겠지

 

부푼 앞가슴은 아무래도

신비에 가려진 이 가을의 숙제

 

성묘 가는 날

누나야 누나야 세모시 입어라

 

석류알 타지는 향기 속에

이제 가을이 온다

북악을 넘어

멀고 먼 길 떠나온 행낭 위에

가을꽃 한 송이 하늘 속에 잠기다

 

 

 

가을편지2/ 나호열

9
바닷가에 써 놓은 나의 이름이
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동안

9

아무도 모르게
산에서도 낙엽이 진다

잊혀진 얼굴
잊혀진 얼굴
한아름 터지게 가슴에 안고

9

밀물처럼 와서
창 하나에 맑게 닦아 놓고 간다

 

9월의 기도/ 박화목(시인 1924-2005)


가을 하늘은 크낙한 수정 함지박
가을 파란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네
저 맑은 빗줄기 속에 하마 그리운
님의 형상을 찾을 때, 그러할 때
너도밤나무 숲 스쳐오는 바람소린 양
문득 들려오는 그윽한 음성
너는 나를 찾으라!
우연한 들판은 정녕 황금물결

훠어이 훠어이 새떼를 쫓는
초동의 목소리 차라리 한가로워
감사하는 마음 저마다 뿌듯하여
저녁놀 바라보면 어느 교회당의 저녁종소리
네 이웃을 사랑했느냐?
이제 소슬한 가을밤은 깊어

섬돌 아래 귀뚜라미도 한밤내 울어예리
내일 새벽에는 찬서리 내리려는 듯
내 마음 터전에도 소리 없이 낙엽 질 텐데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진실로 기도하게 하소서
가까이 있듯 멀리
멀리 있듯 가까이 있는
아픔의 형제를 위해 또 나를 위해

  

 

9월이 오면/ 김향기

웃자라던 기세를 접는
나무며 곡식들,
잎마다 두텁게 살이 찌기 시작하고

맑아진 강물에 비친 그림자도 묵직하다.

풀벌레 노래 소리

낮고 낮게 신호 보내면
목청 높던 매미들도 서둘러 떠나고
들판의 열매들마다 속살 채우기 바쁘다.

하늘이 높아질수록

사람도 생각 깊어져
한줄기 바람결에서 깨달음을 얻을 줄 알고,
스스로 철들어가며 여물어 가는 9
.

 

9이외수

 

가을이 오면

그대 기다리는 일상을 접어야겠네

가을 역 투명한 햇살 속에서

잘디잔 이파리마다 황금빛 몸살을 앓는

탱자나무 울타리

기다림은 사랑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밀려드나니

그대 이름 지우고

종일토록 내 마음 눈 시린 하늘 저 멀리

가벼운 새털 구름 한 자락으로나 걸어 두겠네   

 
 

  

 
La Califfa - Ennio Morric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