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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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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빈집- 박형준

시낭송행복플러스 2015. 2. 19. 00:36

빈집
박형준

 

 


개 한 마리
감나무에 묶여
하늘 본다


까치 밥 몇 개가 남아 있다
새가 쪼아 먹은 감은 신발
바람이 신어보고
달빛이 신어보고
소리없이 내려와
불빛없는 집

등불

겨울밤을
감나무에 묶여
앞발로 땅을 파며 김칫독처럼
운다,울어서
등을 말고 웅크리고 있는 개는
불씨
감나무 가지에 남은 몇

개의 이파리
흔들리며 흔들리며
새처럼 개의 눈에 어른거린다

 

주인이 놓고간 신발들

빈 집을 녹인다

긴 겨울밤

 

 

 

 

    -박형준 시집(『그 어떤 위로보다 당신에게 시』 사흘 2013)

 

 

 

 

박형준 시인/ 1966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家具의 힘」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나는 이제 소멸에 대해서 이야기 하련다』 『빵 냄새를 풍기는 거울』 『물속까지 잎사귀가 피어 있다』 『춤』 『생각날 때마다 울었다』 『불탄 집』이 있으며 산문집으로 『저녁의 무늬』 『아름다움에 허기지다』, 평론집으로 『침묵의 음』이 있다. 동서문학상, 현대시학작품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동국대와 명지전문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박형준은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가장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는 시인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비록 외로운 삶일지라도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낮은 목소리로 들려준다. 시인은 눈부신 상상력을 통해 우리의 삶을 더듬고 존재의 쓸쓸함과 비애를 노래한다. 그리하여 그의 시는 우리 생의 아픔과 상처들을 감싸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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