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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스크랩] 다리에 관한 시 모음(미라보 다리 외)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주제별 좋은시

[스크랩] 다리에 관한 시 모음(미라보 다리 외)

시낭송행복플러스 2015. 11. 28. 12:02



                                                                      사진(미라보다리)-다음 블로그 이미지






프라하 일기/ 허만하(대구, 1932-)



비가 빛나기 위하여 포도鋪道가 있다
미로처럼 이어지는 돌의 포도, 원수의 뒷모습처럼 빛나는 비,
나의 발자국도 비에 젖는다
나의 쓸쓸함은 카를교 난간에 기대고 만다
아득한 수면을 본다

저무는 흐름위에 몸을 던지는 비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
물안개 같다
카프카의 불안과 외로움이 잠들어 있는 유대인 묘지에는 가보지 않았다
이마 밑에서 기이하게 빛나는 눈빛은 마이즈르거리 그의 생가 벽면에서 보았다
돌의 길, 돌의 벽, 돌의 음악 같은 프라하 성
릴케의 고향 프라하
"비는 고독과 같은 것이다"
엷은 여수처럼 번지는 안개에 잠기는 다리목에서 창녀풍의 늙은 그림자가 속삭인다
"돌의 무릎을 베고 주무세요. 바람에 밀리는 비가 되세요"
중세기 순례자의 푸른 방울 소리처럼 그녀의 목소리는 따라온다
"그리고 당신이 돌의 풍경이 되세요"
젖은 포도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은빛 기교와
비에 젖는 지도의 일기
프라하 칼프펜 거리는 해거름부터 비였다






미라보 다리/ 아폴리네에르 (프랑스 1880-1919)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간다
괴로움 뒤에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시간이여 울리라
날들은 가고 나는 머무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의 팔 밑으로
영원한 시선의 지친 물결이 지나갈 때

밤이여 오라 시간이여 울려라
날들은 가고 나는 머무네

흐르는 강물처럼 사랑은 흘러간다
삶이 느리듯이
희망이 강렬하듯이

밤이여 오라, 시간이여 울려라
날들은 가고 나는 머무네

날이 가고 세월이 지나면
흘러간 시간도
사랑도 돌아오지 않고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만 흐른다

밤이여 오라, 시간이여 울려라
날들은 가고 나는 머무네





다리/고영조 (경남창원, 1946-)



전화가설공 김씨는 공중에 떠있다
그는 허공을 밟고 활쏘는 헤라클레스처럼 남쪽하늘을 팽팽히 잡아당긴다
당길 때마다 봄 하늘이 조금씩 다가왔다
공중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 들린다
사랑해요
화살처럼 달려 가는 중이다
붉은 자켓을 펄럭이며 그는 지금 길을 닦는 중이다
하늘을 가로질러 푸른 다리를 놓는 중이다
제비들이 어깨를 밟을 듯 지저귄다
그는 허공과 허공 사이에 케이블을 걸고 벚나무 가지가 붉어질 때까지
죽은 기억들을 끌어당긴다
허공을 밟을 때마다 목조계단이 바스라지며 가슴을 찌른다
모든 언덕이 팽팽해진다
살아오는 중이다
말과 말 사이에 물길이 트이는 중이다
중심이다
닿을 수 없는 마음들이 물길에 실려 가는 것이 보인다
그는 지금 허공을 밟으며 그대에게로 가는 푸른 다리를 놓는 중이다





다리 위에서/ 이용악 (1914-1971)



바람이 거센 밤이면
몇 번이고 꺼지는 네모난 장명등을
궤짝 밟고 서서 몇 번이고 새로 밝힐 때
누나는
별 많은 밤이 되어 무섭다고 했다
국숫집 찾아가는 다리 위에서
문득 그리워지는
누나도 나도 어려선 국숫집 아이
단오도 설도 아닌 풀벌레 우는 가을철
단 하루
아버지의 제삿날만 일을 쉬고
어른처럼 곡을 했다







징검다리/안준철(전북 전주 1954 -)



징검다리를 건널 수 없다
돌다리 서너 개가 물에 잠겨 있어
남은 돌들이 멀쩡해도
시방 징검다리는 소통불능상태다

내안에도 징검다리가 있다
물이 닿지 않아 잘 마른 외로움들
그 오랜 수고를 헛되게 하는
젖은 돌도 몇 개 박혀 있다

물이 졸아들어야 돌다리가 드러나듯
이제는 나도 졸아들 궁리를 해야겠다
누구에게는
가 닿지 않는 것이 사랑일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다리 위에서/워즈워드(영국 1770-1850)



지상에 이 보다 더 아름다운 광경이 어데 있으랴
이처럼 감동적인 장관을 두고
그냥 지나쳐 가는 자의 영혼은 무디리라
이 도시는 지금 아침의 아름다움을
옷처럼 입고 있나니! 말없이, 알몸으로
선박과 탑, 원형지붕과 극장, 교회들이
들녘과 하늘을 향해 누워있다
모두들 매연 없는 대기 속에 찬란히 빛나고 있다
태양은 일찍이 이 보다 더 아름답게
첫 햇살로 골짜기나 바위 혹은 언덕을 비춘 적 없고
나 이같은 깊은 고요를 보지도 느낀 적도 없나니
강물은 제멋에 겨워 유유히 흘러가고
오! 신이여, 집들마저 잠든 듯하여라
그리고 저 힘찬 심장 고이 누워 있구나!
 


 

 


 


출처 :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글쓴이 : 이서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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