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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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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주제별 좋은시

[스크랩] 4월의 시 모음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4. 1. 14:19





황무지 중 埋葬에서 / T.S.엘리어트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은 자라나고

추억과 욕정이 뒤섞이고

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우쳐지고

겨울이 차라리 따스했거니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메마른 구근으로 작은 목숨을 이어 줬거니......

 

  

 

개화/ 이호우

  

꽃이 피네 한잎 한 잎

한 하늘이 열리고 있네

 

마침내 남은 한 잎이

마지막 떨고 있는 고비

 

바람도 햇볕도 숨을 죽이네

나도 가만 눈을 감네

 

 

 

껍데기는 가라/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4월의 시/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버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을 부노라

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4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4월/ 오세영 

언제 우레 소리 그쳤던가,
문득 내다보면
4월이 거기 있어라.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언제 먹구름 개었던가.
문득 내다보면
푸르게 빛나는 강물,
4월은 거기 있어라.
젊은 날은 또 얼마나 괴로웠던가.
열병의 뜨거운 입술이
꽃잎으로 벙그는 4월.
눈뜨면 문득
너는 한 송이 목련인 것을,
누가 이별을 서럽다고 했던가.
우르르 우르르 빈 가슴 울리던 격정은 자고
돌아보면 문득
사방은 눈부시게 푸르른 강물

 

 

 

 

어서 너는 오너라/ 박두진 

 

4월_ 복사꽃 피고

살구꽃 피는 곳

너와 함께 뛰놀며 자라난

푸른 보리밭에 남풍은 불고

젖빛 구름

보오얀 구름 속에 종달새는 운다.

기름진 냉이꽃 향기로운 언덕.

여기 푸른 밭에 누워서 철이야

너는 늴늴늴 가락 맞춰 풀피리나 불고

나는

나는

두둥실 두둥실 붕새춤 추며

먹쇠와 돌이와 복술이랑 함께

우리 우리 옛날을

옛날을 뒹굴어 보자.

 

 

 

, 사월에  / 이재무

 

 

꽃이 피는 속도를 그대 아는가

시속 40Km

남에서 북으로 나는 달리며

숨이 가쁘다네

 

저 사랑의 속도

뒤따르며 내 쉽게 지치는 것은

몸이 지친 탓만이 아니라네

 

꽃으로 살지 않고

함부로 꽃 사랑하고 노래한 죄

저리 커서 달아나는 님

 

길의 고비마다 불쑥 얼굴 내미는

돌팍과 자갈의 충고

그걸 알고 부르튼 마음의 맨발바닥

 

꽃이 피는 속도에 숨이 가빠서

나는 슬프네 나는 기쁘네

 

        

 

봄/ 윤동주

 

봄이 혈관 속에 혈관처럼 흘러

돌, 돌, 시내 차가운 언덕에

개나리,진달래,노오란 배추꽃

 

삼동을 참아온 나는

풀포기처럼 피어난다

 

즐거운 종달새야

어느 이랑에서나

즐거웁게 솟쳐라

 

푸르른 하늘은

아른아른 높기도 한데...... 




 

             4월에 걸려온 전화/ 정일근

 

 

사춘기 시절 등교길에서 만나 서로 얼굴 붉히던 고 계집애
예년에 비해 일찍 벚꽃이 피었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일찍 핀 벚꽃처럼 저도 일찍 혼자가 되어
우리가 좋아했던 나이쯤 되는 아들 아이와 살고 있는,
아내 앞에서도 내 팔짱을 끼며, 우리는 친구지
사랑은 없고 우정만 남은 친구지, 깔깔 웃던 여자 친구가
꽃이 좋으니 한 번 다녀가라고 전화를 했습니다

한때의 화끈거리던 낯붉힘도 말갛게 지워지고
첫사랑의 두근거리던 시간도 사라지고
그녀나 나나 같은 세상을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우리 생에 사월 꽃잔치 몇 번이나 남았을까 헤아려 보다
자꾸만 눈물이 났습니다

그 눈물 감추려고 괜히 바쁘다며
꽃은 질 때가 아름다우니 그때 가겠다, 말했지만
친구는 너 울지, 너 울지 하면서 놀리다가 저도 울고
말았습니다.

 

 

 

 

4월 비빔밥/ 박남수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 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4월/ 문인수

절을 에워싼 산빛이 수상하다.
잡목 사이로 여기저기 펄럭 걸린 진달래.
단청 엎질린 것 같다.
등산로를 따라 한 무리
어린 여자들이 내려와서 마을 쪽으로 사라진다.
조용하라, 조용히 하라 마음이여
절을 에워싼 산빛이 비릿하다.

 

 


4월/ 한승수 

여기저기 봄꽃들 피었다.

가로수 왕벚꽃 화려한 왕관을 쓴 채
임대아파트 울타리에 매달린 어린 개나리를 내려다보고
철없는 목련은 하얀 알몸으로
부잣집 정원에서 일광욕을 한다.

서로를 향해 미소 짓는다.
화려함이 다르고, 눈높이가 다르고
사는 동네가 다르지만
그것으로 서로를 무시하지 않는다.
빛깔이 다르지만 서로를 미워하지 않는다.

어우러져서 참 아름다운 세상.

 

 

 

4월/ 반기룡 

바람의 힘으로
눈 뜬 새싹이 나풀거리고
동안거 끝낸 새잎이 파르르
목단꽃 같은 웃음 사분사분 보낸다

미호천 미루나무는
양손 흔들며 환호하고
조치원 농원에 옹기종기 박힌
복숭아나무는 복사꽃 활짝 피우며
파안대소로 벌들을 유혹하고

산수유 개나리 목련화는
사천왕처럼 눈망울 치켜뜨고
약동의 소리에 귓바퀴 굴린다

동구 밖 들판에는
달래 냉이 쑥 씀바귀가
아장아장 걸어나와
미각 돋우라 추파 던지고

둑방길에는 밥알 같은
조팝나무 흐드러지게 꽃을 피운다


 

 

 

4월에 내리는 눈/ 안도현

눈이 온다
4월에도

교사 뒤뜰 매화나무 한 그루가
열심히 꽃을 피워 내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을 맞는다

엉거주춤 담벼락에 오줌 누다 들킨 녀석처럼
매실주 마실 생각 하다가
나도 찬 눈을 맞는다




 4월/  장석주



금치산자 같은 4월이 왔다간다

사는 게 왜 이렇게 시시하지?

하는 얼굴을 하고

 

방부 처리되지 않은 추억들이

질척거리는 침출수를

삶의 빈 틈으로 조금씩 흘러보낸다

 

개척자는 아니지만 무능이

뼈에 사무치는 것은

일품요리 같은 여자와의 연애가

곧 끝나고 말리라는 예감 때문이다

 

무능과 게으름은

내 삶에 붙은 이면옵션이다

 

나쁜 패를 잡고 전전긍긍하는 노름꾼에게도

4월이 오고 내게도

사지를 절단한 편지가 도착하고

끔찍한 날들이 이어진다

 

머리 없는 남자가

낚시터로 가는 길을 묻는다


 


4월에는/ 목필균 



축축해진 내 마음에
아주 작은 씨앗 하나
떨구렵니다

새벽마다 출렁대는
그리움 하나

연둣빛 새잎으로
돋아나라고
여린 보라 꽃으로
피어나라고

양지쪽으로 가슴을 열어
떡잎 하나 곱게 가꾸렵니다

 

 

 

4월/ 박인걸 

사월이 오면
옛 생각에 어지럽다.

성황당 뒷골에
진달래 얼굴 붉히면
연분홍 살구꽃은
앞산 고갯길을 밝히고

나물 캐는 처녀들
분홍치마 휘날리면
마을 숫총각들 가슴은
온종일 애가 끓고

두견새는 짝을 찾고
나비들 꽃잎에 노닐고
뭉게구름은 졸고
동심은 막연히 설레고 

반백 긴 세월에도
새록새록 떠오르는 그 시절
앞마당에 핀 진달래
그때처럼 붉다.




 

 











                          

출처 :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글쓴이 : 이서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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