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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보수공사 중/ 권혁수 본문
보수공사 중
권혁수
싸늘하게 맑은 초겨울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보수공사 중
온 몸뚱이가 뿌리 없는 나뭇등걸 같다
창문엔 커튼이 쳐져 한낮에도 생각이 어둡다
커튼을 걷고 안경 유리를 닦아보고 둑이 무너진 뱃살에 지방을 제거하고
얼굴 주름에 보톡스를 주사하고 백발을 파마한 후 염색하고 구멍난
뼈 마디마디마다 시멘트를 부어본다
시멘트가 마르려면 달포가 걸린다
애초 시방서에 누락된 것은 없다
시공이 게으를 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난감하다
보수공사는 비가 와도 멈추지 못한다 그러나
언젠가 중단될 것이다 나 모르게
휴식 시간이 너무 길어 완성하지 못한
나의 하루가 비어간다
어둠이 하늘을 가려준다
닫힌 창문 틈으로 반달이
보수공사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6 오늘의 좋은시 』푸른사상 2016)
권혁수 시인 / 강원도 춘천 출생이다. 강원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하고 198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에 당선됐다. 2002년 '미네르바' 시로 등단했다. 서울문화재단 2009젊은 예술가지원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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