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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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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보수공사 중/ 권혁수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3. 15. 09:03




보수공사 중


 권혁수



싸늘하게 맑은 초겨울 하늘이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보수공사 중


온 몸뚱이가 뿌리 없는 나뭇등걸 같다

창문엔 커튼이 쳐져 한낮에도 생각이 어둡다

커튼을 걷고 안경 유리를 닦아보고 둑이 무너진 뱃살에 지방을 제거하고

얼굴 주름에 보톡스를 주사하고 백발을 파마한 후 염색하고 구멍난

뼈 마디마디마다 시멘트를 부어본다


시멘트가 마르려면 달포가 걸린다

애초 시방서에 누락된 것은 없다

시공이 게으를 뿐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난감하다


보수공사는 비가 와도 멈추지 못한다 그러나

언젠가 중단될 것이다 나 모르게


휴식 시간이 너무 길어 완성하지 못한

나의 하루가 비어간다


어둠이 하늘을 가려준다

닫힌 창문 틈으로 반달이

보수공사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2016 오늘의 좋은시 』푸른사상 2016)




권혁수 시인 / 강원도 춘천 출생이다. 강원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하고 198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소설에 당선됐다. 2002년 '미네르바' 시로 등단했다. 서울문화재단 2009젊은 예술가지원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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