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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력발전소/ 강경호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푸른, 수력발전소/ 강경호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3. 13. 17:25



푸른, 수력발전소


강경호



겨울 강물 속에 발 담근 왜가리 한 마리

반신욕을 하는 것이 아니다

수력발전소를 돌리고 있다

발끝을 타고 오르는 차가운 기운을 에너지 삼아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천변에서 달리기를 하며 몸을 푸는

새벽 운동을 하는 사람들

헉헉거리며 마스크 밖으로 입김을 내뿜고

한켠에서는 운동기구에 매달려 몸을 단련하고 있지만,

그들이 생산하는 열기보다 용량이 많은 전기를

가냘프고 연약한 왜가리 한 마리

푸른 강물을 뎁히고도 남는 차가운 정신으로

발끝에서 부리 끝까지 축전하고 있다


전기(電氣)는 토스트를 굽고, 찌개를 끓이고

공장을 돌리는 것만 하는 것이 아니다

불처럼 차가운 마음들을 감전시키고

극한에서도 흐트러지지 않는 푸른 정신을 일으킨다.



     —(『2016 오늘의 좋은시 』푸른사상 2016)



강경호 시인 / 1958년 전남 함평 출생. 1997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언제나 그리운 메아리』『알타미라동굴에 벽화를 그리는 사람』『함부로 성호를 긋다』『휘파람을 부는 개』, 문학평론집『휴머니즘 구현의 미학』, 미술평론집『영혼과 형식』』『미술과 문학의 만남』등. 현재 계간 《시와사람》발행인 겸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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