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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스크랩] 낙하落下/ 최해돈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7. 14. 00:20

낙하落下

 

   최해돈

 

  

깊은 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은 투명한 얼굴이다

 

물,

 

아마도 그는 꽤 오랜 시간, 침묵을 잊지 못할 거다

 

이 지점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수평을 경험했을 거다

 

낙하, 그건

뿌리가 있는 것들의 교집합, 그 뒤에 오는 휑한 조합들

 

존재하는 것들이 추락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다시 추락하고

 

흔들리는 흙이

하루를 이어가고

 

서툰 자의 언어는

앞을 다투어 달려갔다

 

긴 밤,

 

떨어지는 물의 끝은 어디인가

떨어지는 물의 처음은 어디인가

 

물은 떨어지면서 내 얼굴이 되었다

 

그릇도 물이 되려면 새벽의 눈동자를 보아야 하겠지

 

물이 떨어지면서 잘게 부서진다. 물이 물을 만나기 위해선 약간의 간격이 필요할 것. 그 간격에 짧은 줄이 있을 것. 먼지가 햇살을 갉아 먹을 것

 

깊이를 알 수 없는 밤,

 

떨어지는 저 물은 분명 2분음표다

꼭짓점을 잃어버린 슬픔의 뼈대다

 

 

 

                —시집(『붉은 벽돌』2016 지혜)



최해돈 시인/ 1968년 충북 충주 출생. 2010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밤에 온 편지』

『기다림으로 따스했던 우리는 가고』『아침 6시 45분』『일요일의 문장들』『붉은 벽돌』.

출처 :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글쓴이 : 이서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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