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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쥐똥나무/ 마경덕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쥐똥나무/ 마경덕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5. 30. 05:44



쥐똥나무


  마경덕



늘 고만고만한 쥐똥나무

허리쯤 닿는 제 키를

원래 그렇다고 믿는 눈치다

해마다 전지가위에 길들여지더니

공원 울타리 노릇이나 하면서 이대로 늙어갈 모양이다


꽃 같지도 않다고, 누군가 무심코 던지 말에

주눅이 든

쥐똥나무는 소심형

지난 겨울 쥐똥처럼 생긴 까만 열매를 들고 서서

이걸 어디에 숨기나 쩔쩔매는 것을 보았다


쥐똥냄새 나는 이름이 싫다고

말도 못하는 쥐똥나무

이렇게 고운 향기를 가지고 있다고

한 번도 각주를 달지 않은 쥐똥나무

겉모습에 취한 세상

향기는 보지 않고 쥐똥만 보는 시대,

쥐똥나무야 미안하다


공원에 나갔다가 반성문 한 장 쓰고 돌아왔다



    ㅡ (『글러브 중독자』  애지 2012)



마경덕 시인/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으며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시집 '신발論'이 있으며 현재 시마을문예대학, 한국시문화회관 부설 문예창작학교 강사,

MBC롯데, AK문화아카데미 시 창작 강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