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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바람의 性別/마경덕 본문
바람의 性別
마경덕
썰물처럼 빠져나간 바람이 너울너울 밀고 간 모래물결,
맨발로 사막을 건너간 암컷의 흔적이다. 치맛자락 끌고
조신하게 걸어갔다. 수천 년 모래알을 새며 사막을 걸을
수 있는 자는 몸을 찢은 어미만이 가능한 일, 피 냄새를
기억하는 바람은 어디론가 흘러간 제 새끼를 보려고 족적
足跡을 기록해 두었다.
하지만, 기록이란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낙타의 행렬
이 그녀의 발자국에 겹쳐지고 바람이 묻힌 자리에 또 바
람의 나라가 세워지는 것이니,
이곳에서 이별이란 그저 사소한 일, 평생을 떠돌다가
우연히 마주쳐도 늙어버린 어미를 기억할 바람은 없다.
새끼를 낳은 것들의 형벌은 떠난 자식을 끝까지 기억하는
것이다.
뼈를 묻으며 살아가는 것은 사막의 오랜 관습, 별들의
장지 葬地가 된 이곳에서 떠돌이 바람도 수없이 뒤꿈치를
물렸을 것이다. 그때 물결 같은 발자국이 찍혔을 것이다.
사구砂丘를 넘어온 회오리바람이 모래밭을 헤집는다.
짝을 잃은 수컷들이다.
ㅡ (『글러브 중독자』 애지 2012)
마경덕 시인/ 전남 여수에서 태어났으며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다.
시집 '신발論'이 있으며 현재 시마을문예대학, 한국시문화회관 부설 문예창작학교 강사,
MBC롯데, AK문화아카데미 시 창작 강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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