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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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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하관/ 마경덕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7. 28. 18:20



하관


  마경덕

 

      

반듯한 오후 한 시의 귀퉁이가 허물어지고

세상의 끝, 출구는 없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인사를 두 손에 쥐고

갱도를 따라 캄캄한 막장으로 들어가셨다

 

알고 보니 죽음은

생전의 걸음처럼 뒤뚱뒤뚱 무게를 달아 눕히는 것

얼마나 모진 삶이었는지 관이 기우뚱거리고

멀어서, 바빠서, 힘들어서

이런 저런 핑계가 매달려 고인의 무릎이 휘청거렸다

 

빙 둘러서서

밀린 불효를 지우듯 몇 삽의 흙을 끼얹고 남은 울음까지 얹어드렸다

입을 가슴에 묻고 가신 어머니, 아홉 자식의 허물을

한 마디도 흘리지 않으셨다

 

호상이라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

 

긴 병치레에 통장의 잔고는 바닥이 나고

유산 한 점 없어 멱살잡이할 이유가 없었다

 

빗물에도 녹슬지 않는 단단한 흙

고인의 한숨이 새지 않도록 인부들은 시룻번을 붙이듯

봉분을 다졌다

지상에서 치르는 마지막 못질이었다



    —시집 (『사물의 입』2016, 시와 미학시인선)



마경덕 시인/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신발論』『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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