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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하관/ 마경덕 본문
하관
마경덕
반듯한 오후 한 시의 귀퉁이가 허물어지고
세상의 끝, 출구는 없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인사를 두 손에 쥐고
갱도를 따라 캄캄한 막장으로 들어가셨다
알고 보니 죽음은
생전의 걸음처럼 뒤뚱뒤뚱 무게를 달아 눕히는 것
얼마나 모진 삶이었는지 관이 기우뚱거리고
멀어서, 바빠서, 힘들어서
이런 저런 핑계가 매달려 고인의 무릎이 휘청거렸다
빙 둘러서서
밀린 불효를 지우듯 몇 삽의 흙을 끼얹고 남은 울음까지 얹어드렸다
입을 가슴에 묻고 가신 어머니, 아홉 자식의 허물을
한 마디도 흘리지 않으셨다
호상이라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
긴 병치레에 통장의 잔고는 바닥이 나고
유산 한 점 없어 멱살잡이할 이유가 없었다
빗물에도 녹슬지 않는 단단한 흙
고인의 한숨이 새지 않도록 인부들은 시룻번을 붙이듯
봉분을 다졌다
지상에서 치르는 마지막 못질이었다
—시집 (『사물의 입』2016, 시와 미학시인선)
마경덕 시인/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신발論』『글러브 중독자』『사물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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