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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스크랩] 별사탕/ 최이해 본문
별사탕
최이해
건빵 봉투를 찢어 낱개를 헤아릴 때는 ‘개’라 해야 하나, ‘알’이라 해야 하나? 암튼 건빵 몇 알을 먹어 본다. 참 오랫동안 잊고 있던 맛이다. 금방 입안이 마르면서 물이 먹고 싶어진다. 목마를 땐 당연히∙∙∙,봉지 속에 들어 있는 별사탕 봉지를 뜯는다. 참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는 버릇이다. 별사탕을 꺼내 먹으니 뾰족한 표면 때문에 사르르 금방 혀에 녹는다. 별사탕은 전투식량인 건빵을 물 없이도 먹을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기능을 해준다.
건빵과 별사탕의 연결처럼 전혀 이질적인 단어가 서로 밀접하게 기능하는 일은 여간 드믈지 않다. 그런 예로는 잠수함과 토끼, 우주인과 하모니카 정도가 있는데, 오늘날 최첨단의 과학기술 이전의 시기에 있었던 이야기이긴 하다. 가령 잠수함 속에 토끼를 태워 수중에서의 산소량을 재는 예보기능으로 썼다고 하고, 우주인이 가져간 하모니카가 지구 귀환 시의 극도의 긴장감을 풀어 주었다고 한다.
진중세례식에 다녀왔다. 자동차 운전 봉사를 다녀온 것이다.
다메섹교회, 강원도 화천 제7보병사단의 신병훈련소 안에 있는 교회인데, 사단 안에 있는 칠성교회를 모교회로 하여 운영된다고 했다. 접적지역의 오지에 다메섹이라니? 다메섹은 히브리어 이름이고 영어로는 다마스커스Damascus 곧 오늘날 시리아의 수도를 이르는 지명이다.≪신약성경≫<사도행전>에서는 사도 바울의 회심回心의장소로 기억되는 곳이기도 하다.
바울의 원래 이름은 ‘크다’라는 의미의 사울이었다가 회심 후 ‘작다’라는 의미의 바울 로 바뀌었다. 당시 대제사장의 심복으로서 기독교도들을 핍박하고 잡아들이는 일을 하다가 다메섹 근처에 이르러 회심, 정반대의 길을 갔던 바울의 행적처럼 이 젊은 청춘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내리기를 기원하기엔 썩 잘 지은 이름이라는 설명이었다.
또한 군종 장교와 사병이 있기는 해도 신병교육 기간 내에 이뤄지는 세례식은 여러 사병들에게 한꺼번에 의식을 치러야 하므로 외지의 목사님들을 특별히 초청하여 진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늘은 식전 문화행사로 시낭송과 오카리나 연주가 기획되어 있어서 그분들도 동행하였다. 언덕 위에 우뚝 선 교회는 스티로폼 판넬로 지어진 창고 모양이었지만 수 백 명을 수용할 만한 규모였다. 간판 또한 가로로 큼지막하게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마당 한쪽에는 첨탑이 세워져 있었다. 종탑 안에는 종은 없고 꼭대기에 십자가만 반듯하게 세워두고 이었다. 온통 초록인 한여름의 산야에서 흰빛으로 빛나는 십자가, 초록의 바람결이 일렁일 때도 유독 우뚝함으로 빛나는 푯대가 되고 있었다. 종탑과 키를 재는 은사시나무 한 그루가 보란 듯 제법 몸피가 우람하다. 진중교회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했다.
우리 일행은 다메섹교회로 오는 길에 북한 지척에서 보고 느낄 수 있는 칠성전망대를 다녀왔다. 북한군 초소와의 직선거리가 가장 가깝다는 곳에 이르니 평행곡선으로 이어진 굵은 철조망이 동서로 길게 뻗어 있었다. 남북 분단의 현실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그곳에서 한 무리의 외국인들을 만났다. 약 스무 명 정도로 보이는 그들 일행은 하나같이 태극기가 선명한 붉은색 머플러를 목에 두르고 있었는데, 미국에서 온 6.25 참전용사와 그의 그 가족들이라고 했다. 정전협정 기념식에 초대되어 방한했는데 , 부대 방문에 대한 예우로 사단장이 매어준 머플러를 무슨 단체복처럼 두르고 나타난 것이다. 그 중 한 사람이 자신이 누볐던 전장에 다시 오니 꿈만 같다며 북쪽을 가리키는 망연한 몸짓에 모두가 숙연해 하였다.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그들이 오면 들려주려고 연습해 둔 기타 곡을 예행연습 삼아 여러분에게 들려줘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우리를 대신해 싸워준 노병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는 거친 솜씨를 조금이나마 더 다듬고 싶다는 것이었다. 북측 부대배치 상황을 축소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전망대에 앉아 눈으로는 대치하고 있는 북한군 전선을 바라다보고, 귀로는 야전 책임자의 숨겨진 정서를 기타 연주로 듣다니, 우국의 충정으로 칠년 전란을 이겨냈던 충무공 이순신이 자신의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읊조렸던 한시 몇 편을 풀어듣는 기분이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 일행은 다메섹교회 안으로 들어섰다. 실내에는 수 백 병사들의 후끈한 열기가 가득했다. 양 팔을 올려 손뼉을 치고 앉은 자세로도 율동을 곁들여야만 직성이 플린다는 것일까. 행사를 주관하는 칠성교회 젊은 교역자들을 따라 세례 대상 훈련병들이 통일된 몸짓으로 젊음을 표현하고 있었다. 특별한 것은, 사단장이 훈련병들과 함께 이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단상에 위엄을 갖추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병사들 사이를 오가면서 어깨를 쓰다듬어주고 양팔을 마주잡고 함께 율동을 하면서 스킨십 만점인 상태로∙∙∙,
오카리나 연주와 시낭송에 이어서 예배가 진행되고, 순서 중에 세례식이 거행 되었다. 담당 군목과 목사님들 네 분이 안수를 맡고, 다른 참가자들 모두가 예식 전반을 도왔다. 세례 받는 장병 모두가 앉은 순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열을 지어 군인정신을 발휘하여 예식에 참여한지 30분 정도가 지나자 끝이 났다. 세례식 때는 사단장은 목사님 옆에서 물그릇 보조를 맡아주는 정성스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행사 후 일행은 친교실로 인도 되었다. 다과와 함께 사단장의 감사인사가 있었다. 사단장은 우리에게 머플러를 선물했는데, 전망대에서 만났던 외국인 일행의 목에 걸렸던 것과 같았다. 각자의 이름을 손수 매직으로 써서 목에 매어주는 사단장의 손길이 무척 정겨웠다. 특별히 건빵 뭉치를 작별선물로 주었다. 다시 건빵 몇 알을 입에 넣는다. 사단장과 연대장의 특별함을 생각한다. 선물 건빵 한 봉지를 찢어 먹다가 추억처럼 발견한 별사탕 한 봉지, 우리들 모두는 어쩌면 이 별사탕처럼 살아가야 하는 것은 아닐는지, 특히 투 스타 사단장은 별사탕 두 곱의 역할을 하는 사람일 것이고, 연대장 대령 역시 미래의 별로서 우리의 좌표임이 분명한 것이다. 짧지만 의미 있는 여정이었다.
- (『좋은수필』9월호에서 )
최이해/ 본명 최성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고등학교 국어 한문 교사
문화관광부 산하 출판 및 저작권 기관에서 근무
‘최이해 국어논술교습소’ 운영
수필가, 여행작가, 《좋은수필》 편집장
아버지학교 운영 이근성 목사님, 김정숙, 유경환 선생님,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이서윤 시낭송인, 서정열 사단장님, 진중세례주관 강주봉 목사님,양길영 목사님, 최이해 선생님,도헌콘텐츠 구능회대표님, 군종참모 김재학목사님(왼쪽부터)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부분)/ 모윤숙
시낭송 이서윤(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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