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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의 언어/ 이지담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활의 언어/ 이지담

시낭송행복플러스 2016. 12. 16. 15:47



활의 언어

 

   이지담

 

 

 

굽은 등이 자랑이었던 활

 

허리를 펴며 시위를 잡아당긴 말들

화살촉 끝에 묻힌 독처럼 퍼져나간다

 

나무의 언어는 나뭇잎의 흔들림으로

바다의 언어는 파도의 일렁임으로

새의 언어는 날갯짓으로

하늘은 변화무쌍한 구름으로

 

귀에서 심장까지 가는 동안

 

손가락이 가리키는 저 끝에서

냄비처럼 끓다가 옮겨 다니는 과녁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 화살을 놓기 전

다른 손가락들은 나를 가리키고 있음을 본다

 

스스로 과녁이 되어야 한다

손가락 끝에 맺힌 핏자국을 보며

시위를 떠나 돌아올 줄 모르는 말들에게


           —시집『자물통 속의 눈』(서정시학 2016)



이지담 / 전남 나주 출생.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03년 《시와사람》신인상, 2010년 《서정시학》신인상 당선. 시집 『고전적인 저녁』『자물통 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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