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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활의 언어/ 이지담 본문
활의 언어
이지담
굽은 등이 자랑이었던 활
허리를 펴며 시위를 잡아당긴 말들
화살촉 끝에 묻힌 독처럼 퍼져나간다
나무의 언어는 나뭇잎의 흔들림으로
바다의 언어는 파도의 일렁임으로
새의 언어는 날갯짓으로
하늘은 변화무쌍한 구름으로
귀에서 심장까지 가는 동안
손가락이 가리키는 저 끝에서
냄비처럼 끓다가 옮겨 다니는 과녁
가슴 쪽으로 끌어당긴 화살을 놓기 전
다른 손가락들은 나를 가리키고 있음을 본다
스스로 과녁이 되어야 한다
손가락 끝에 맺힌 핏자국을 보며
시위를 떠나 돌아올 줄 모르는 말들에게
—시집『자물통 속의 눈』(서정시학 2016)
이지담 / 전남 나주 출생. 광주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03년 《시와사람》신인상, 2010년 《서정시학》신인상 당선. 시집 『고전적인 저녁』『자물통 속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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