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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손의 에세이/김기형 본문
손의 에세이
김기형
손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굿모닝 굿모닝
손에게 손을 주거나 다른 것을 주지 말아야 한다
손을 없게 하자
침묵의 완전한 몸을 세우기 위해서 어느 순간 손을 높이,
높이 던지겠다
손이 손이 아닌 채로 돌아와 주면 좋을 일
손이 손이 아닌 것으로 나타나면 좋을 것이다 굿모닝 굿모닝
각오가 필요하다 '나에게 손이 필요 없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일종의
나는 아직 손을 예찬하고 나는 아직도 손을 사랑하고 있다 손의 지시와 손의 의지에 의존하여 손과 함께 가고 있다
손과 함께 머문 곳이 많다 사실이다 나는 손을 포기하지 못하였다'제발 손이여'라고 부르고 있다
'제발 손이여 너의 감각을 내게 다오, 너의 중간과 끝, 뭉뚝한 말들을 나에게 소리치게 해다오'라고 외친다
손이 더 빠르게 가서 말할 때, 나는 손에게 경배하는 것이다
손의 탈출은 없다
다만 손들이 떨어진 골목을 찾고 있다
해안가에 앉아 손도 없고 목도 없는 생물들에게서 그들의 뱃가죽을 보면서 골목을 뒤진다
손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는다 손은 쉬지 않는다 손이 멈추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손은 자신이 팔딱거리는 물고기 보다 훨씬 더 생동하고 멀리간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손이 말하는 불필요, 손이 가지려 하지 않는 얼굴
손은 얼굴을 때린다 친다 부순다 허물기 위하여 진흙을 바른다 손은 으깰 수 있다 손은 먼 곳으로 던질 힘이 있다
손이 손을 부른다 손이 나타나면 눈을 뜨고 있던 얼굴들이 모두 눈을 감고 손에게 고분하다 손에게 말하지 않고
손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손은 다른 침묵을 가진다
손의 얼개가 거미줄처럼
거미줄과 거미줄 그리고 또 그런 거미줄이 모여든 것처럼 내빼지 못할 통로를 연다
손 사이에서 망각한다 손 안에서 정신을 잃는다 손의 춤을 본다 그 춤을 보면서 죽어갈 것이다
스러져가는 얼굴들이 감기는 눈을 어쩌지 못한다 나는 손에게 조각이 난다
손을 감출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울었지만 동그랗게 몸을 만 손이 어떤 불을 피우는지, 무엇을 터트리려고 굳세어지는지
이 공포 속에서 손에 대한 복종으로 계속 심장이 뛴다고 말한다
손을 놓고 가만히
탁자 앞으로 돌아온다 손이 응시한다 손이 그대로 있겠다고 한다
손이 뒤를 본다
손을 뗀다 반짝하고 떨어진다
[2017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
[심사평] 손을 매개로 한 전개 ‘시적 사유’ 확장 돋보여
황현산(문학평론가), 김혜순(시인)
예심에 의해 선택된 작품들 중 5명의 시를 집중 검토했다. ‘아마이드 밤 골목’ 등 5편의 시는 작은 행위들을 모아 하나의 이국적이고 신화적인 공간을 축조해가는 시들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문장들을 주어, 서술어만으로 짧게 분절하자 오히려 행위들이 표현되지 않고 설명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재의 형태’ 등 5편의 시는 같은 제목의 시를 쓴 그리스 시인 야니스 리초스와는 달리 사다리를 오르는 동작과 묘사를 통해 시공간의 안팎에서 부재의 형태를 발견해 나가는 시적 전개가 있었다. 그러나 같이 응모한 다른 시들의 긴장감이 떨어졌다.
‘여름 자매’ 등 5편의 시는 소꿉놀이, 유년기의 자매애 같은 이야기들이 스며들어 있는 환한 시들이었다. 마치 ‘우리가 싫어하는 것들은 깊이 묻어 버린’ 세계, ‘계속해서 실종되는’ 세계를 불러오는 듯했지만 시적 국면이 조금 단순했다.
‘창문’ 등 5편의 시는 얼핏 보면 내부의 어둠, 검정을 성찰하는 시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분법으로 나누어진 것들을 뭉개는 도형을 시가 그리려 한다고 느껴졌다.
응모된 시들이 고루 안정적이고, 스스로 발명한 문장들이 빛났다. ‘손의 에세이’ 등 5편의 시는 우선 다면적으로 시적 사유를 개진하는 힘이 있었다. 이를테면 손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손을 없애 보고, 손과 함께 머문 곳을 생각하고, 얼굴을 없앨 수 있는 손을 그려내고, 손의 얼개를 떠올리고, 손에 의해 부서지면서 손의 통치를 생각해 보는 전개가 돋보였다. 작은 지점들을 통과해 나가면서 큰 무늬를 그려내는 확장이 좋았다. 최종적으로 ‘창문’과 ‘손의 에세이’ 중에서 ‘손의 에세이’를 당선작으로 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