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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길/윤제림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길/윤제림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 9. 18:37




 윤제림



 꽃 피우려고 온몸에 힘을 쓰는 벚나무들, 작전도로 신작로 길로 살 하나 톡 불거진 양산

을 쓰고 손으로 짰지 싶은 헐렁한 스웨터를 입고, 곰인형 가방을 맨 계집애 손에 붙들고 아

낙 하나가 길을 간다. 멀리 군인트럭 하나 달려오는 걸 보고, 흙먼지 피해 일찍 피어난 개

나리꽃 뒤에 가 숨는다. 흠칫 속도를 죽이는 트럭, 슬슬 비켜가는 짐칸 호로 속에서 병사

하나 목을 빼고 외치듯이 묻는다. "아지매요, 알라 뱄지요?" 한 손으로 부른 배를 안고, 한

손으로 입을 가린 아낙이 수줍게 웃는다. 금방이라도 꽃이 피어날 것 같은 길이다.




윤제림/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랐다.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8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삼천리호 자전거』 『미미의 집』 『황천반점』 『사랑을 놓치다』 등이 있으며, 현재 ‘21세기 전망’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카피라이터로 일하면서 서울예술대학 교수로 재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