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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당신 발을 씻기며/고진하 본문
당신 발을 씻기며
고진하
오늘은 당신 귀빠진 날,
뭘 선물할까 곰곰 생각하다가
세숫대야에 더운물을 떠다가 당신 발을 씻기네
잠들 때를 제외하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부엌에서
마당으로, 텃밭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우리 식구들을 살렸던
살림의 으뜸,
당신 발에 입을 맞추네
당신 자신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나 역시 무심했던
당신 발의 노고(勞苦)를 모처럼 기억하는 시간,
발톱조차 마모되어 그 흔적만 남은
새끼발가락,
한 방울 눈물처럼 선연하네
—어떻게 이런 신통한 생각을 했죠?
—그냥! 씻겨주고 싶었소,
발, 살림의 으뜸, 그냥
어루만져주고 싶었어
우리 식구들 흔들리지 않게 하는 지축이잖아
흔들리는 것이 유한한 인간의 운명이지만
당신 발은
운명 따위를 과감히 밟고 지나가곤 했잖아
당신 자신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나 역시 무심했던 발에
물을 끼얹어 부드럽게 어루만지네
잠들 때를 제외하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부엌에서
마당으로, 텃밭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우리 식구들을 살렸던
사랑의 으뜸,
당신 발에 입을 맞추네
—《시로 여는 세상》2016년 겨울호
고진하 / 1953년 강원 영월 출생. 1987년《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프란체스코의 새들』『얼음수도원』『수탉』『거룩한 낭비』『꽃 먹는 소』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