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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벽화/김기상 본문
벽화
김기상
벚나무 한 그루 추녀 끝에 산다
아름드리
심지를 돋우어 꽃 피는 봄이고 여름
그늘을 밝히는 착한 울음이고 웃음
그래서 집이다
더없이 환한 집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내 집은 내 집이라 정겨운가
다가가서 집에 이르면 집은 없다
더없이 환한 풍경도 사라지고
침침한 등잔 밑
발등에 어둠이 무겁다
벽과 문
무엇이 다른지
정겨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한다
벚나무가 제 기울어진 중심으로 집을 끌어안듯
구들장 밑으로 뿌리를 들이밀듯
정겨움도 비집고 들어야 할 통로 같은 것인가
나무는 자라고 더 힘껏 집을 끌어안고
다정은 또 얼마나 아픈가
벽에 실금을 그리며 겨울이 지난다
꼭꼭 닫아버린 빈집처럼
나무도 가지 몇 개 허물어진다
아름드리
바람이 들어와 불을 켠다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드는 바람에게
새들에게 나무는 집을 배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내 집 창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다
온기다
—《시사사》2016년 11-12월호
김기상 / 충남 청양 출생. 2006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시집『푸르륵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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