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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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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벽화/김기상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2. 16. 11:56



벽화

 

  김기상

 

 

 

벚나무 한 그루 추녀 끝에 산다

아름드리

심지를 돋우어 꽃 피는 봄이고 여름

그늘을 밝히는 착한 울음이고 웃음

그래서 집이다

더없이 환한 집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내 집은 내 집이라 정겨운가

다가가서 집에 이르면 집은 없다

더없이 환한 풍경도 사라지고

침침한 등잔 밑

발등에 어둠이 무겁다

벽과 문

무엇이 다른지

정겨움에 대하여 다시 생각한다

벚나무가 제 기울어진 중심으로 집을 끌어안듯

구들장 밑으로 뿌리를 들이밀듯

정겨움도 비집고 들어야 할 통로 같은 것인가

나무는 자라고 더 힘껏 집을 끌어안고

다정은 또 얼마나 아픈가

벽에 실금을 그리며 겨울이 지난다

꼭꼭 닫아버린 빈집처럼

나무도 가지 몇 개 허물어진다

아름드리

바람이 들어와 불을 켠다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잠드는 바람에게

새들에게 나무는 집을 배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은

내 집 창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다

온기다

 

 

 

                —《시사사》2016년 11-12월호



김기상 / 충남 청양 출생. 2006년 『시로 여는 세상』으로 등단. 시집『푸르륵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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