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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Ghost/강성은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3. 22. 10:56



Ghost

 

   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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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 시 유모차를 밀며 가는 젊은 여자

한없이 맑은 고층빌딩 유리창으로

날마다 날아가 부딪히는 여자

여름에도 겨울에도 맨발로 다니는 여자

혼자 동물원에 가는 여자

눈이 내릴 땐 죽고 싶은 여자

불가능과 불가해와 영원이라는 말을 늘 생각하는 여자

파도가 검은 빛으로 변하는 걸 지켜보는 여자

죽은 아이를 업고 다니면서도

왜 이리 무거운지 모르는 여자

달리는 자동차가 뒤집혀도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도

깊은 밤 거울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가라앉아도

다시 살아 기어 나오는 여자

아름다움을 슬픔으로

사랑을 고통으로 아는 여자

그날 이후 얼음이 된 여자

얼음을 도끼로 내리치는 여자

매일 밤 베틀 앞에서 자신의 수의를 짜는

죽지 않는 늙은 여자

 


                —《현대시》2017년 2월호

    

강성은 /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2005년《문학동네》로 등단. 시집『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단지 조금 이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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