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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는 나를 모르고/김미정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자작나무는 나를 모르고/김미정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3. 22. 11:04



자작나무는 나를 모르고

 

   김미정

 

    

돌아오지 않는 나무들이 바닥에 뒹군다

얼굴 없는 흰 발자국만 떠다니는

 

숨어드는 잎사귀의 아름다운 표정들

사라지고 나타나고 다시 사라지는

 

자작나무는 나를 모르고

나를 모르는 너를 모르고 고요히

나무인 줄 모르는 나무의 이야기처럼

 

나에게 물러서라고 외치는 그대는

좁고 휘어진 길에서 뛰어내리는 중이라 말했다

 

입김 나는 투명한 언어들이 잘 자라는구나

안녕은 안녕이란 맨발을 꺼내 보이고

 

그때 하늘은 아주 검지도 하얗지도 않았는데

어떤 가지는 눈빛이 되고 기나긴 겨울이 되지

 

슬픔이 자라는 줄도 모르고

어딘가로 떠나는 문장들

세상의 반을 찌르고 나머지 반은 삼키며

 

 

     

       —웹진《공정한 시인의 사회》2017년 2월호



김미정 / 서울 출생. 2002년 월간 《현대시》신인상에 시 당선. 2009년 계간 《시와 세계》 신인상에 문학평론 당선. 시집 『하드와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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