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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햇소금/장석남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3. 22. 11:01



햇소금

 

   장석남

  

 

마을 이장님으로부터 신청한 김장용 햇소금을 받았다고,

그것도 세 포씩이나 받아

뒤꼍 처마 밑에 작년 것의 후배로 나란히 쌓아두고

돌아나와 툇마루에 걸터앉아 쉬자는데

집 어디선가 조용한 흥얼거림이 시작되었다고.

잔잔한, 손바닥만한 소리가

흰빛의 손수건과도 같이 자꾸만 내게 건네 오는 거야

왜인지 나는 무섭지도 않았지

누가 시키지도 가르쳐주지도 않았으나 나는

차돌멩이 하나를 찾아 찬물에 씻어서는

그 새 소금 포대 위에 작년 것과 같이 올려두었지

그러자 흥얼거림도 잦아드는 거였어

 

그것은 어떤 영혼이었던 거

먼 고대로부터 온 흰 메아리

모든 선한 것들의 배후에 깔리는 투명 발자국

 

나는 명년에도 그 후년에도 이장님께 신청할 테야

그 희고 끝없는 메아리

 

 

 

          —《문학동네》2016년 겨울호



장석남 / 1965년 인천 덕적도 출생. 1987년 〈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새떼들에게로의 망명』『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젖은 눈』『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뺨에 서쪽을 빛내다』『고요는 도망가지 말아라』등. 현재 한양여자대학 문예창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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