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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그렇게 기울어졌다/서주영 본문
그렇게 기울어졌다
서주영
나무에서 나무가 기울고
가지에서 가지가 흘러나오고
그 사이로 낮달이 엎질러진다
수많은 것들이 하나에게 기울어졌다
저만치 나를 지나 길이 비뚜름히 눕는다
숲에서 걸어 나온 햇살이 그 길을 끌고 가고
그 위로 당신이 혼자 기울어가고 있다
시집의 첫 장 같은 하늘이 열린다
기운다는 것은
낮아지거나 비뚤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내 안에 숨어 있는 동안
난 아주 높고 반듯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시와시학》2017년 봄호
서주영 / 1957년 충남 아산 출생. 2009년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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