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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그렇게 기울어졌다/서주영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3. 22. 11:03



그렇게 기울어졌다

 

   서주영

 

  

나무에서 나무가 기울고

가지에서 가지가 흘러나오고

그 사이로 낮달이 엎질러진다

 

수많은 것들이 하나에게 기울어졌다

 

저만치 나를 지나 길이 비뚜름히 눕는다

 

숲에서 걸어 나온 햇살이 그 길을 끌고 가고

그 위로 당신이 혼자 기울어가고 있다

 

시집의 첫 장 같은 하늘이 열린다

 

기운다는 것은

낮아지거나 비뚤어진다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내 안에 숨어 있는 동안

난 아주 높고 반듯한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시와시학》2017년 봄호


   

   서주영 / 1957년 충남 아산 출생.  2009년 《미네르바》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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