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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오래 울고 나면/권귀순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8. 6. 13:09



오래 울고 나면

 

  권귀순



 

찬 개울물에 발을 담근 것처럼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느낌

 

비에 씻긴 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잡히는 것처럼

눈물에 씻긴 세상이

부시게 다가오는 느낌

 

마른 흐느낌이 간간이 어깨를 흔들어

남은 눈물을 털고

슬펐던 것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더없이 고요해지면

참 맑은 힘이

내 안에서 나를 떠민다

 

아직 아무도 두레박을 내리지 않은

새벽 우물처럼 고일 일만 남은

길어 올릴 일만 남은

그 시린 힘




   — 시집 『백년 만에 오시는 비』(시산맥사, 2017)




권귀순 /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국문과 졸업. 2000년 《펜과 문학》2회 추천완료로 등단. 2002년 시집『오래된 편지』발간. 현재 메릴랜드 Rockville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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