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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오래 울고 나면/권귀순 본문
오래 울고 나면
권귀순
찬 개울물에 발을 담근 것처럼
뼛속까지 서늘해지는 느낌
비에 씻긴 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잡히는 것처럼
눈물에 씻긴 세상이
부시게 다가오는 느낌
마른 흐느낌이 간간이 어깨를 흔들어
남은 눈물을 털고
슬펐던 것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더없이 고요해지면
참 맑은 힘이
내 안에서 나를 떠민다
아직 아무도 두레박을 내리지 않은
새벽 우물처럼 고일 일만 남은
길어 올릴 일만 남은
그 시린 힘
— 시집 『백년 만에 오시는 비』(시산맥사, 2017)
권귀순 / 서울 출생. 동국대학교 국문과 졸업. 2000년 《펜과 문학》2회 추천완료로 등단. 2002년 시집『오래된 편지』발간. 현재 메릴랜드 Rockville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