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시낭송행복플러스
- 문학
- 한국명시낭송
- 현대시
- 애송시
- 허준박물관
- 이서윤 시낭송
- 이서윤
- 시인
- 한국명시
- 시낭송
- 시낭송아카데미
- 풍경이 있는 시
- 허준
- 세계명시
- 명시
- 좋은시
- 이서윤 시인
- 동의보감
- 윤동주
- 명시낭송
- 이서윤시낭송
- 강서구민회관시낭송
- 신춘문예
-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 강서구민회관 시낭송반
- 풍경이 있는시
- 한국명시낭송클럽
- 축시낭송
- 장수길
- Today
- Total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우리나라 악기/윤제림 본문
윤제림의 「우리나라 악기」감상 / 김기택
우리나라 악기
윤제림 (1960~ )
1. 대나무는 들은 이야기가 워낙 많아서 한나절이면 피리가 된다. 가죽은 가슴 칠 일이 많아서 하룻저녁에 북이 된다. 나무는 저도 말 좀 해보자고 신새벽 골라 가야금이나 거문고가 된다. 쇠는 무시로 손들고 나오며 징이 되고 꽹과리가 된다. 쟁쟁쟁, 쇠한테 지고 싶지 않은 돌들이 편경이 된다.
2. 이 흙덩이는 뭐냐, 떡시루 같은!
저울추 같은!
(늙은 흙이 답한다) 오래전에 묻혔으나
썩지 않은 말들이 일어나 불속으로 간다,
눈 못 감는 혼백, 잠 없는 귀신들이
훈(壎)이 된다,
부(缶)가 된다.
공자님 앞이나
종묘로 가서 이쪽저쪽 잘 통하는
언어가 된다. - 윤제림(1960~)
편경이나 훈, 부 같은 악기를 만든 이들은 돌이나 흙에도 음악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바람이 들어갈 틈 없는 그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 힘과 소리와 리듬을 찾아내고 귀를 기울였을까. 컴컴하고 꽉 막힌 돌 속의 음과 흙 속의 리듬을 어떻게 밝은 세상에 꺼냈을까.
오카리나처럼 흙을 구워 구멍을 뚫은 훈(壎)은 작은 항아리 모양의 주둥이에 바람을 불고 다섯개의 구멍으로 음을 조절하는 관악기이다. 흙 속에 숨어 있는 길들을 찾아 바람이 드나들 길을 만들고 음악이 마음껏 춤추게 한 이는 누구인가.
돌과 흙도 악기가 되니, 세상에 음악이 깃들지 않을 사물은 없겠구나. 땅속에 묻힌 이들이 다 하지 못한 말들, 육신은 썩은 후 오랜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는 말들도 무덤에서 나와 음이 되고 리듬이 되어 이승을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을 것이다. 그 말에 불길을 입히고 구멍을 뚫어 음악이 되게 하니 그 울림이 어떠하겠는가.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code=990100&artid=201707232100015#csidxdf6b807b54ea2dda38a3244b7908e3d
1.
대나무는 들은 이야기가 워낙 많아서 한나절이면 피리가 된다. 가죽은 가슴 칠 일이 많아서 하룻저녁에 북이 된다. 나무는 저도 말 좀 해보자고 신새벽 골라 가야금이나 거문고가 된다. 쇠는 무시로 손들고 나오며 징이 되고 꽹과리가 된다. 쟁쟁쟁, 쇠한테 지고 싶지 않은 돌들이 편경이 된다.
2.
이 흙덩이는 뭐냐, 떡시루 같은!
저울추 같은!
(늙은 흙이 답한다) 오래전에 묻혔으나
썩지 않은 말들이 일어나 불속으로 간다,
눈 못 감는 혼백, 잠 없는 귀신들이
훈(壎)이 된다,
부(缶)가 된다. *
공자님 앞이나
종묘로 가서 이쪽저쪽 잘 통하는
언어가 된다.
* ‘훈’과 ‘부’는 흙으로 만든 악기 이름.
-----------------------------------------------------------------------------------------------------
편경이나 훈, 부 같은 악기를 만든 이들은 돌이나 흙에도 음악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바람이 들어갈 틈 없는 그 속에서 어떻게 움직이는 힘과 소리와 리듬을 찾아내고 귀를 기울였을까. 컴컴하고 꽉 막힌 돌 속의 음과 흙 속의 리듬을 어떻게 밝은 세상에 꺼냈을까.
오카리나처럼 흙을 구워 구멍을 뚫은 훈(壎)은 작은 항아리 모양의 주둥이에 바람을 불고 다섯개의 구멍으로 음을 조절하는 관악기이다. 흙 속에 숨어 있는 길들을 찾아 바람이 드나들 길을 만들고 음악이 마음껏 춤추게 한 이는 누구인가.
돌과 흙도 악기가 되니, 세상에 음악이 깃들지 않을 사물은 없겠구나. 땅속에 묻힌 이들이 다 하지 못한 말들, 육신은 썩은 후 오랜 세월이 지나도 썩지 않는 말들도 무덤에서 나와 음이 되고 리듬이 되어 이승을 마음껏 돌아다니고 싶을 것이다. 그 말에 불길을 입히고 구멍을 뚫어 음악이 되게 하니 그 울림이 어떠하겠는가.
'아름다운 시편들 > 시가 있는 하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개/ 김참 (0) | 2017.08.14 |
---|---|
이럴 때 내 몸은 그 문을 활짝 열어/손진은 (0) | 2017.08.10 |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김행숙 (0) | 2017.08.09 |
천남성이라는 풀/ 송재학 (0) | 2017.08.02 |
사이/ 김승기 (0) | 2017.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