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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간절히 나를 부를 때/ 임동확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누군가 간절히 나를 부를 때/ 임동확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8. 17. 18:09




누군가 간절히 나를 부를 때

 

   임동확

 

  

 

네가 깊고 푸른 심연의 난간에 그나마 성한 영혼의 한 발을 걸친 채 그믐달처럼 매달려 있을 때

 

내가 사랑한 건 결국 너의 전부가 아닌, 행여 저조차 끝없이 못 믿어온 한낱 난파선 같은 나의 의지

 

기껏해야 벌써 싸늘해진 기억의 선체를 인양(引揚)하는 일만이 오롯이 너의 몫으로 남아 있을 때

 

내가 가진 것이라곤 널 최후의 순간까지 지탱해줬을 법한 수평선마저 탕진해버린 시간의 잔해들

 

그만 네가 신촌 사거리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연신 엄마를 애타게 부르며 통곡하고 있었을 때

 

내가 확신하는 것이라곤 반향 없는 메아리처럼 사라진 너의 뒷등을 오롯이 기억하며 

겨우 여기 살아 노래하며 기도하고 있을 뿐

 

정작 네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누군가를 간절하게 부르며 거대한 수압 같은 고독과 마주하고 있었을 때

 

 

 

                   —시집『누군가 나를 간절히 부를 때』(문학수첩 2017)




임동확 / 1959년 전남 광산 출생. 전남대학교 문리대 국문과와 대학원 국문과  졸업. 서강대 국문학과 대학원 박사. 1987년 시집 『매장시편』으로 등단한 이래 8권의 시집을 펴냈다. 시집 『살아 있는 날들의 비망록』『운주사 가는 길』『벽을 문으로』『처음 사랑을 느꼈다』『나는 오래전에도 여기 있었다』『태초에 사랑이 있었다』『길은 한사코 길을 그리워한다』와 시화집 『내 애인은 왼손잡이』, 산문집 『들키고 싶은 비밀』, 시론집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이유』 등이 있다. 현재 한신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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