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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에 나는 결석하였고/ 이범근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내 꿈에 나는 결석하였고/ 이범근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8. 17. 08:24



이범근의「내 꿈에 나는 결석하였고」감상 / 채상우

 

 

   내 꿈에 나는 결석하였고

 

   이범근

 

 

   아침에 잠든 예림이를 오후에 깨운다 
 물고 있던 사탕이 사라져 버린 입속 
 자두 향 가득한 
 예림이의 하품엔 색깔이 없다 
 어딜 보니 너 
 예림이는 자주 창밖에 있다 
 쟤는 잘 때 눈도 안 감고 
 숨을 안 쉬어요 
 엘리제, 어디에도 없는 엘리제를 위하여 
 예림이의 잠을 멀리 데려가는 종소리 
 자두나무가 누워 버린 잠 속으로 
 쓰레기를 던지며 
 틴트를 바르는 웃음들 
 고데기로 앞머리를 구부리며 
 식판에 남은 국물을 교복에 붓는 반팔의 그림자들
 등 뒤에 붙인 포스트잇의 낙서 
 저를 깨우지 마세요 
 이 교실에 예림이가 보지 않은 바닥은 없다 
 눈을 감고 구겨져 뒹구는 털들을 본다 
 어딜 보니 너 
 

........................................................................................................................................................................................

 

   너는 선우, 선우는 은선이, 은선이는 지우, 지우는 서희, 서희는 경아, 경아는 혜주, 혜주는 주희랑 십 년째 옆집에 살고, 주희는 수진이, 수진이는 혜미, 혜미는 지연이, 지연이는 인희, 인희는 선아, 선아는 희진이, 희진아 그거 아니 은지가 아까아까 니 틴트 몰래 발랐어, 까르륵 웃는 희재, 희재는 유진이, 유진이는 윤아, 윤아는 소현이, 소현이는 혜림이, 혜림이는 나래, 나래는 맨날맨날 우리 반 일등, 나래랑 같은 학원 다니는 다윤이, 다윤이는 보미, 보미는 나연이, 나연이는 윤슬이, 윤슬아 얼른 오래 자두나무 아래로, 우리 반 사진 찍는대. 자두나무 아래 2학년 3반, 우리는 같은 반, 우리는 친구, 우리는 진짜진짜 친구. 그런데 쟨 누구니? 저기 창문에 걸터앉아 있는 애 말야.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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