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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스웨터/이민하 본문
이민하의 「붉은 스웨터」감상 / 김기택
붉은 스웨터
이민하(1967~ )
한 올만 당기면 풀어질 듯
입을 막고 있어서 우리는 얼굴까지 빨개졌다
몸속에 둔 실마리를 들키지 않을 것처럼
가족과 이웃과 동료들에 엮여서
두껍고 따뜻하고 촘촘한 사람이 되었지만
손가락이 닿으면 파르르 떨리는
스웨터의 물결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
손끝에서 맥박이 섞이고
눈을 가만히 닫고 있으면
물려 입은 옷처럼 타인의 냄새가 난다
조심조심 숨소리를 헤아리는 호흡이 틀니처럼 박혀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재활용되고 있었던 걸까
깨끗이 빨아 입어도 낡은 슬픔뿐
어둠이 벽에 기대어 앉아 있다
입가에 붙은 미소를 보풀처럼 떼어 주며
스웨터보다 한 뼘 더 기어올라서
가느다란 목을 움켜쥔
검은 손은 내 것이 아닌데
당신은 내게 애원하는 눈빛이다
우리의 실마리를 쥐었다 놓았다
벌거벗은 잠자리까지 파고드는
어둠의 손아귀
바닥에 누워 풀썩거리던
한 사람이 밧줄 더미처럼 풀어지고 있었다
가볍고 뜨거운 핏방울이 한 코 한 코 솟구쳤다
어둠의 매듭이 묶이고 풀릴 때마다
핏물로 짠 스웨터가 몸속에서 뒤척거렸다
입을 닫아 주어도 잠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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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마리 하나만 풀어져도 전체가 주르르 풀리게 되어 있는 스웨터. 그 가느다란 실에 삶과 존재가 다 의지하고 있다니. 그러니 어머니는 자신의 붉은 핏물로 한 땀 한 땀 짠 어린 스웨터가 집 밖을 나서기만 하면, 차조심해라, 앞뒤 살펴라, 사람 조심해라 당부하는 것 아닌가. 어머니에게 받은 그 스웨터를 소중히 간직했다가 조금 풀어서 자식에게도 짜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 가느다란 실은 스웨터로 짜기 전에는 목이 어디 뚫렸는지 팔이 어디 달렸는지 알 수 없는 실타래였다. 스웨터가 낡거나 해지기만을 기다리며, 그 실은 직물에서 해방되어 다시 헝클어진 실이나 둥근 덩어리로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화장터 굴뚝으로 빠져나가는 연기는 올올이 실 모양을 닮은 것 같다.
김기택 (시인·경희사이버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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