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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모란이 피네/송찬호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0. 25. 10:12



송찬호의「모란이 피네」감상 / 안도현

 

 

모란이 피네

 

  송찬호(1959~ )

 

 

외로운 홀몸 그 종지기가 죽고
종탑만 남아 있는 골짜기를 지나
마지막 종소리를
이렇게 보자기에 싸 왔어요
 
그런데 얘야, 그게 장엄한 사원의 종소리라면

의젓하게 가마에 태워 오지 그러느냐
혹, 어느 잔혹한 전쟁처럼
그것의 코만 베어 온 것 아니냐
머리만 떼어 온 것 아니냐,
이리 투정하신다면 할 말은 없지만 
 
긴긴 오뉴월 한낮

마지막 벙그는 종소리를
당신께 보여주려고,
꽃모서리까지 환하게
펼쳐놓는 모란보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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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에게 보여주려고 종소리를 보자기에 싸 오다니! 청각을 시각화하는 시인의 솜씨도 날렵하거니와 모란의 우아한 자태를 종소리에 비유하는 기법도 매우 신선하다. 외롭게 홀몸으로 살다간 종지기는 동화작가 권정생 선생을 떠올리게 한다. 선생은 앙상한 종탑처럼 살다 가셨지만, 선생이 남긴 수많은 명작은 오늘날 어린이들의 마음에 마지막 종소리로 울려 퍼지고 모란꽃으로 활짝 피어나고 있지 않은가.  
 
 안도현(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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