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시낭송행복플러스
- 이서윤시낭송
- 강서구민회관시낭송
- 신춘문예
- 시낭송아카데미
- 현대시
- 한국명시낭송
- 한국명시
- 시인
- 허준박물관
- 이서윤 시낭송
- 명시
- 세계명시
- 이서윤
- 문학
- 시낭송
-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 이서윤 시인
- 장수길
- 축시낭송
- 풍경이 있는 시
- 한국명시낭송클럽
- 명시낭송
- 허준
- 윤동주
- 좋은시
- 동의보감
- 강서구민회관 시낭송반
- 애송시
- 풍경이 있는시
- Today
- Total
목록명시 (502)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내 이름은 파랗게 일렁이는 발목 김나영 지난여름 기습적 폭우가 한강 산책로를 짓밟고 지나갔다 낭창낭창한 꽃대를 자랑하던 꽃길이 곤죽이 되었다 구청 관리들이 그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을 때 매복하고 있던 야생이 먼저 숟가락을 꽂았다 강아지풀, 돌피, 개밀, 가는털비름, 털빕새귀리가 ‘인디언 사회에는 잡초라는 말이 없다’는 전언 앞세우고 낡음 낡음한 멜빵바지에 손가락 삐딱하니 찔러 넣고서 동네 건달처럼 짝다리를 짚고서 건들건들 헝글헝글 그 행색이 하나같이 시시하고 껄렁껄렁해 보이지만 트릭이다, 저들은 야생당(野生黨)이 키우는 비밀병기다 봐라, 강아지풀 외엔 암호 같지 않은가, 저 이름들 화가 폭발하면 아스팔트도 씹어 먹는 녹색 괴물들이다 조명발 한번 받아본 적 없지만 저 분야의 베테랑들이다 끝났다 싶을 ..
윤진화의 「안부」 감상 / 나민애 안부 윤진화(1974~ ) 잘 지냈나요? 나는 아직도 봄이면서 무럭무럭 늙고 있습니다. 그래요, 근래 '잘 늙는다'는 것에 대해 고민합니다. 달이 '지는' 것, 꽃이 '지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합니다. 왜 아름다운 것들은 이기는 편이 아니라 지는 편일까요. 잘 늙는다는 것은 잘 지는 것이겠지요. 세계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읊조립니다. 당신이 보낸 편지 속에 가득한 혁명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당신에게 답장을 합니다. 모쪼록 건강하세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섬기며 살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세요. 부끄럽지 않게 보낼 겁니다. 그리고 행복하게 다음 계절을 기다리겠습니다. .....................................................
나만 아는 꼭짓점들 (외 1편) 최연수 컹컹 짖는 언덕 아래와 건너다보이는 불빛과 나는 조용한 삼각 늦은 밤을 견디는 꼭짓점들이다 소문은 잠들어 남은 불빛을 당겨 내가 다 써버렸다는 건 아무도 모른다 안경을 쓰는 것보다 깜깜한 나를 환히 볼 수 있다 미래를 보기 위해 접질린 길은 한걸음 물러서야 보이고 더 아파본 뒤에야 빠져나갈 구멍이 생긴다 새벽달이 끼어들어도 생각하는 반대편과 생각이 있다는 듯 짖어대는 언덕만이 나와 가능한 삼각 불면은 배경이다 홀수에 익숙하지 않은 짝수들 안에서 사랑하고 밖에서 의심했다 자신도 모르게 덩치 커진 아우성은 소란스러운 고독 속에서만 물리칠 수 있다 어둠이 한 점을 갉아먹은 뒤에야 들어서는 외로운 삼각 모서리를 비추는 거울은 여전히 네모 각자 툭 튀어나온 꼭짓점도 짝수라 ..
꽃의 온도 2 유희선 그곳에 입장하려면 체온을 재야 한다 이마와 손목, 때론 귓속까지 겹겹 꽃잎 속에 은밀한 사랑이라도 감추고 있는 양, 속속들이 꽃의 온도를 잰다 꽃이 피는 온도와 꽃이 지는 온도를 생각한다 햇빛과 바람을 살갗 속에 들이는 꽃이여, 사랑이여 서서히 뜨거워지거나 서서히 차가워지는 것들 한바탕 꿈에서 깨어나듯 꽃을 버리고 이파리를 버리고 더는 양보할 수 없는 지경까지 계절은 몰아칠 것이다 투쟁처럼 투병처럼 끝내 싸워 이긴 자들, 어쩌면 모든 사랑이 지나가고 나는 나로 가득 차서, 꼼짝없이 갇혀 있다 오늘 다시, 겨드랑이와 혓바닥 아래까지 샅샅이 체온을 잰다 영원히 꽃필 것 같지 않은 이상한 시간 속으로 수없이 문이 열리고 닫힌다 ⸺계간 《시사사》 2020년 겨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