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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아직도 여기가 익숙지 않아서 잠에서 깨어나면 나는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의 기분 말없는 창백한 사물들이 나를 알아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낮잠에서 깬 아이가 느닷없이 서럽게 우는 건 세상이 아직 익숙지 않아서라는데 잠들기 전의 세계와 눈을 뜨고 난 후의 세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천천히 미끄러져 간다 황급히 눈을 비빈 사람들이 머리를 감고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간다 그곳도 어제와는 다른데 따뜻한 음식을 먹다가 고장 난 기계처럼 뼈만 남은 채로 맞은편 거리를 바라본다 약국 앞 줄지어 서 있는 파리한 사람들 모두 울음이 쏟아지기 직전의 뒷모습 아직도 여기 있습니까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20년 여름호 -----------
절취선이 없는 나무를 알고 있다 새들이 단단한 부리를 나뭇가지에 닦고 있는 동안 어둠이 숲의 안쪽에서부터 층층 번져온다 눈물 껍질만 남아 있는 겨울 숲속에 부음 봉투처럼 서 있는 고욤나무 결빙도 없는 인가의 울타리 안에는 야생을 접붙여진 대봉감나무들이 무릎께의 절취선을 흉터처럼 드러낸 채 배부른 안식에 화롯불을 쬔다 한 소절 적막한 기우 위로 눈이 쌓인다 별들이 동전처럼 짤랑짤랑 빛나는 하늘 강 위로 새들의 울음소리 얼어붙는다 폭설이 휩쓸고 간 산등성이 위로 싱싱하게 쌓이는 보랏빛 달빛 소한을 밀어내고 대한이 숲을 점령할 때쯤 고독과 고독 사이 얼었다 녹았다 거무튀튀한 몸 안으로 단물이 차오르는 고욤 번식만 하다 죽어가는 모견처럼 검은 숲에 처박혀 가슴팍에 파고드는 야윈 바람의 새끼들에게 수백 개의 젖을..
이불속에 들어오지 못하는 발자국으로 세상에서 가장 솔직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믿을 게 됩니다 눈을 감아도 표현됩니다 한숨과는 다른 표현이 가능합니다 가로등 불빛이 꺼져도 표현됩니다 여보세요, 이렇게 말입니다 발자국은 솔직해서 참 푸릅니다 나를 모른 체하지 않아서 푸르고 오월입니다 오월의 눈밭에서 나는 나의 감정을 믿지만 그리고 걷지만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는 솔직함일 뿐입니다 울 것 같다면 그것은 대상에 대한 마음이 깊지 않기 때문입니다 깊으면 울어지지 않습니다 다만 옳은 길을 걷고 있다면 울어집니다 미안합니다 말도 못 해보고 아프다면 감정을 잘 따라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길에게도 나이가 있고 길에게도 체력이 있습니다 감정을 잘 따라가면 그 길은 피곤한 길이 됩니다 어쩌겠습니까 그런다고 어쩌겠습니까 발자국..
한 고요가 벌떡 일어나 한 고요의 따귀를 때리듯 이별은 그렇게 맨발로 오고, 이별은 그렇게 가장 아름다운 낱말들의 귀를 자르고 외눈박이 외로움이 외눈박이 외로움의 왼쪽 가슴에 방아쇠를 당길 듯 당길 듯 까마귀 나는 밀밭 너머 솟구치는 캄캄한 사이프러스, 거기 아무도 없소? 아무도… ⸻계간 《시와 세계》 2020년 여름호 ------------ 강현국 / 1949년 경북 상주 출생. 1976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구병산 저 너머』외, 시론집 『시의 이해』 외, 평론집 『내 손발의 품삯이 얼마나 송구스럽던지』 외, 산문집 『고요의 남쪽』 외. 현재 《시와 반시》 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