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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참치의 아가미 손택수 유영에 거추장스러울까 봐 거죽의 비늘을 다 떼어버렸다 횟집에서 어쩌다 속살에 박힌 비늘을 만난다면 수면 중에도 절반은 깨어있기 위해 비수로 저를 겨누고 있다고 보면 틀림없다 늦잠 버릇 어찌하지 못해 물 한 컵 마시고 잠이 들던 무렵 방광 끝에 모인 방울방울이 알람시계 바늘이었다 범람 직전 침에 찔려 아야야 깨어나는 한 방울로 간신히 기상을 하던 그 시절 참치 눈물酒 꽤나 마셨던가 아가미를 열었다 닫을 근육이 없어 바닷물 속 산소를 마시기 위해 잠시도 쉬지를 않고 질주를 한다는 참치 몸이 허들이었던 거다 제 몸을 장애물 삼아 건너뛰기를 하였던 거다 부처님도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아드님 이름을 장애라 지었다지 장애를 부처로, 누가 호흡 하나에 운명을 거나 모세혈관 속 속까지 실밥 ..
당신은 계속 멈춰 있다 강성은 드라마를 보다가 주인공들이 모두 죽어버렸다 다음 시즌을 보면 모두 살아 있어 누가 태엽을 감아 주었을까 한 덩이 세탁비누가 사라졌다 다시 뭉쳐질 때까지 교복에 묻은 피를 지우고 있는 소녀에게도 밤의 도로 위에서 벌떡 일어나 오토바이를 찾는 배달원에게도 벽장 속에 숨어 있는 부끄럼이 많은 유령들에게도 오래도록 태엽을 감아 주고 싶은데 어느 날 아침 현관문을 열면 내가 아홉 살 때 잃어버린 장난감이 문 앞에 도착해 있어 (어디 갔다 왔니) 마치 어제 집을 나갔다 돌아온 것처럼 반겨 줄 아이를 본다 태엽을 감는 손 태엽 감기를 잊은 손 생각에 빠졌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가 되는 동안 ⸻사이버문학광장 《웹진 문장》 2022년 2월호 ------------------ 강성은 / 19..
사과 2 장순금 붉은 사과는 탯줄을 달고 질펀한 건초 더미 사이로 기어가 봄을 왈칵 쏟아내었다 커다란 나뭇잎 하나로 피 냄새 나는 봄을 가리고 햇살이 과육 속으로 들어가 달달한 흙의 등을 저물도록 밟고 다녔다 가을은 그렇게 쓰고 달게 무르익어 갔다 세상에는 사과가 끊지 못한 탯줄이 돌아다녀 나를 낳고 너를 낳고 우리를 낳아 열매들은 적당히 익어 갔으나 오늘의 일기는 늘 불안했다 떨어진 열매 하나 주워서 시집에 올렸다 붉은 유전자의 문장이 일가를 이루는 책 한 권 내가 먹은 과육의 핏덩이가 책 속에서 집을 지었다 ⸺계간 《문파》 2021년 겨울호 ------------------ 장순금 / 부산 출생. 동국대학교 문예대학원 문예창작학과 졸업. 1985년 시 전문지 《심상》으로 등단. 시집 『얼마나 많은 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