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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어머니 (11)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한국현대대표시] 결빙의 아버지/ 시 이수익, 시낭송/ 이서윤 결빙의 아버지 이수익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 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 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랭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
추석/ 이서윤 (시낭송 이서윤) 어머니 오늘은 무궁화 열차를 탑니다 네 시간을 달려야 만날 수 있는 고향을 가슴에 품고 갑니다 창밖에 펼쳐진 들녘의 샛노란 곡식들이 잘 살았느냐고 안부를 묻기도 하고 대추알 같이 잘 여문 인정을 내 무릎에 놓아주기도 합니다 마당가에는 가지마다 붉게 가을이 익어가겠지요 꿈 많은 소녀가 걷던 코스모스 길과 동무들이 뛰어 놀던 학교 운동장에도 어머니 마음처럼 만삭의 달이 떠오르겠지요 하얀 쌀가루로 송편을 빚으시고 정화수 한 사발에 달을 띄워, 가족의 평안을 빌어주신 어머니 모처럼 어머니 치마폭에 둘러앉아 둥근 송편을 빚어드리겠습니다
뼈저린 꿈에서만/ 시 전봉건, 시낭송 이서윤 그리라 하면 그리겠습니다 개울물에 어리는 풀포기 하나 개울물속에 빛나는 돌멩이 하나 그렇습니다. 고향의 것이라면 무엇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금도 똑똑하게 틀리는 일없이 얼마든지 그리겠습니다 말을 하라면 말하겠습니다 우물가엔 늘어선 미루나무는 여섯 그루 우물 속에 노니는 큰 붕어도 여섯 마리 그렇습니다. 고향의 일이라면 무엇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지금도 생생하게 틀리는 일없이 얼마든지 말하겠습니다 마당 끝 큰 홰나무 아래로 삶은 강냉이 한 바가지 드시고 나를 찾으시던 어머님의 모습 가만히 옮기시던 그 발걸음 하나하나 조용히 웃으시던 그 얼굴의 빛 무늬 하나하나 나는 지금도 말하고 그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애써도 한 가지만은 그러나 아무리 몸부림 쳐도 ..
길/ 김기림 시낭송 이서윤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뿍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다녀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마을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