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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이서윤시낭송 (157)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여우와 함께 산책을 안도현 눈 내리는 산길을 혼자 걷다가 여우를 한 마리 만나면 나는 쇄골이 하얘질 것이다 여우한테 넘어가서 여우를 따라서 눈이 더 세차게 몰아치는 골짜기로 들어가서 나는 여우굴에 들어가서 백년 동안 신세를 지고 살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여우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고심 끝에 나는 여우가 찍어 놓고 간 발자국을 먼저 찾아보기로 하였다 여우는 제가 지나간 흔적을 꼬리로 지우고 자신의 경력을 길게 기술하지 않는다 하였다 솔직히 남조선은 지루하다는 것 있는 게 너무 많고 있어도 갖고 싶은 게 많다는 것 없으면 모두들 갖고 싶어 죽도록 출근한다는 것 여우를 만나면 나는 이렇게 말할 작정이다 한 달에 한 번쯤은 함흥을 갔다가 오자 여기는 국경이 없어 슬프지 국경이 없어서 월..
어떤 후생 이용헌 의자가 되기 위하여 나무는 오래 서 있는 법을 배웠다 의자가 되기 위하여 나무는 밖에서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 의자가 되기 위하여 나무는 새들을 앉혀보고 바람을 앉혀보고 어둠 속에서 견디는 법을 배웠다 의자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었다 의자가 되는 순간 나무는 기꺼이 목숨을 버리고 한평생 받들던 하늘 대신 영혼으로 사람을 받들었다 ―계간 《시와 정신》 2022년 여름호 -------------------- 이용헌 / 광주 출생. 2007년 《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 시집 『점자로 기록한 천문서』.
양파가 나를 훔쳐간다 김승희 양파가 나를 훔쳐간다 거울과 거울이 마주 보며 서로 훔쳐가듯 양파와 나, 마주 보며 서로 훔쳐간다 양파는 주인공이 없는 하나의 비애극 뼈도 없고 속도 없고 이빨도 없고 결사항전도 없이 폐허의 파편으로 눈동자에 매운 맛이 가득 고인다 바람이 부는가, 한 잎 한 잎 난해한 돌고 도는 운명 속없는 양파에 속절없는 나로다 양파가 나를 훔쳐간다 속잎 한 장씩을 떼어가다 보면 하얀 비애로 물들여진 폐허에 속없는 양파 속절없는 나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는 오라고 시인은 노래했는데 껍데기가 알맹이고 알맹이가 껍데기인 양파 속없는 한가운데 저 위험한 허공을 감춘 양파 옛날 어린 시절 만화책에서 본 것 같다 늘 붕대를 칭칭 온몸에 감고 다니는 남자 친절하고 따뜻하고 훌륭한 그 남자 붕대를 칭칭 ..
미워지는 밤(외 2편) 이미산 잠들기 전 꺼내보는 얼굴 하나 여긴 종일 비가 왔어요 당신도 비를 맞았나요 어두워지면 불러보죠 그곳에 어울리는 표정으로 보이는 삶과 보이지 않는 생의 매듭이 된 당신 미소로 시작된 우리의 처음이 있었고 미소로 주고받은 뜨거운 질문이 있었고 질문의 동굴에서 실패를 걸어놓고 사랑이라는 게임을 하며 수없이 들락거렸죠 물방울 뚝뚝 떨어졌죠 나는 어제 내린 빗물이라 하고 당신은 아담과 이브의 눈물이라 하고 언제나 동굴의 자세로 당신은 나를 안아주었죠 그리하여 우리는 각자의 동굴 이후라는 그리움 이제는 혼자 걷고 있죠 우리의 비 수억 년 떨어지는 그 물방울 한때 미치도록 궁금했던 모든 당신 자꾸만 희미해지는 이런 내가 미워지고 있죠 흐르는 혀 말의 샤워를 퍼붓는 혀가 있다 통속을 깨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