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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좋은시모음 (7)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송찬호의 「울부짖는 서정」 평설 / 박남희 울부짖는 서정 송찬호 한밤중 그들이 들이닥쳐 울부짖는 서정을 끌고 밤안개 술렁이는 벌판으로 갔다 그들은 다짜고짜 그에게 시의 구덩이를 파라고 했다 멀리서 사나운 개들이 퉁구스어로 짖어대는 국경의 밤이었다 전에도 그는 국경을 넘다 밀입국자로 잡힌 적 있었다 처형을 기다리며 흰 바람벽에 세워져 있는 걸 보고 이게 서정의 끝이라 생각했는데 용케도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 이번에는 아예 파묻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나무 속에서도 벽 너머에서도 감자자루 속에서도 죽지 않고 이곳으로 넘어와 끊임없이 초록으로 중얼거리니까 ⸺시집 『분홍 나막신』 2016 .........................................................................
채송화 곽재구(1954~ ) 당신은 참 좋은 사람이에요 웃고 있군요 샌들을 벗어 드릴 테니 파도 소리 들리는 섬까지 걸어보세요 ⸺시집 『꽃으로 엮은 방패』 ........................................................................................................................................................................................................................................................... 여행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고, 자연만이 주는 알 수 없는 평화로움이 있지요. 지난날 우리는 ..
바람의 무늬 (외 2편) 이태수 봄 같지 않게 스산한 날 떨어지며 흩날리는 벚꽃들을 바라본다 눈을 지그시 감았다 뜨면 이른 봄날 내리던 눈송이들로 보인다 창밖에 바람 불고 있듯이 가슴에도 써늘한 바람이 불어서일까 창유리 저쪽같이 이쪽도 유리알같이 투명하게 아픈 바람무늬들 풍란이 나를 넌지시 본다 무명無明 길 산 넘으면 산이, 강을 건너면 강이 기다린다 안개 마을 지나면 또 안개 마을이, 악몽 벗어나면 또 다른 악몽이 내 앞을 가로막는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듯이 잠자도 깨어나도 산 첩첩 물 중중, 아무리 가도 제자리걸음이다 눈을 들면 먼 허공, 그래도 산을 넘고 강을 건넌다 안개 헤치며 마을을 지나 마을로 악몽을 떨치면서 걸어간다 무명 길을 간다 잠깐 꾸는 꿈같이 담담해지고 싶다 말은 담박하게 삭이고 물..
남향 南向 (외 1편) 이문재 그땐 그 사람이 남쪽이었습니다 그때는 그 한 문장이 정남향이었습니다 덕분에 한 시절 잘 살아낼 수 있었습니다 봄이 이듬해 봄 만나기를 서른 몇 차례 많은 시대가 한꺼번에 왔다가 사라졌습니다 오래된 미래는 더 오래가 되었고 온다던 미래는 순식간 지나가 버렸습니다 꽃 진 자리에서 하늘을 보며 생각합니다 나는 지금 누구에게 남쪽일 수 있을까요 우리들은 어느 생에게 정남진일 수 있을까요 그때는 여기저기 남쪽이 많았습니다 더불어 함께 남쪽을 바라보던 착하되 강하고 예민하되 늠름한 벗들이 도처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그랬습니다 남쪽은 저기 여전히 맑고 푸르러 드높은데 이 겨울이 봄여름가을을 건너뛰어 다음의 긴 겨울을 만나고 있습니다 처음처럼 처음 같은 마지막처럼 전환 학교 우리는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