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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현대시모음 (11)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한국현대대표시] 시낭송 이서윤 나그네 박목월(1916~1978 경북 경주시)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근육들(외 1편) 마경덕 근육을 소비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소낙비, 근육이 빠진 어느 정치인의 공약처럼 바닥에 뒹군다 몸집을 키운 사내들이 괴물처럼 변해버린 육체를 전시 중이다 전봇대를 붙잡고 버티는 헬스클럽 광고지, 비에 젖은 종이의 근육도 만만치 않다 선거 벽보를 장식하던 노인의 이름에도 근육이 있었다 소나기처럼 찾아온 권력은 자주 뉴스에도 등장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하늘이 있었다 화폐의 근육으로 터질 것 같은 금고들, 인맥이 촘촘한 저 노인도 화폐 속에 숨은 질긴 실처럼 자신의 전부를 은폐했다 바다의 근육으로 쫄깃한 모둠회가 나오기 전 쓰키다시로 등장한 흐물흐물한 연두부, 이 빠진 노인 같다 입속에 살던 서슬 푸른 호령은 퇴화하고 혀의 걸음도 어눌한 기억은 누수되고 한도 초과인 노인의 카드..
모과의 방 손택수 향이 나지 않아 속이 썩은 것 같다고 해서 얻어온 모과 제 방에 들어오니 향이 살아납니다 향이 없었던 게 아니라 방이 너무 컸던 거에요 애옥살이 제 방에 오니 모과가 방만큼 커졌어요 방을 모과로 바꾸었어요 여기 잠시만 앉았다 가세요 혹시 알아요 누가 당신을 바짝 당겨 앉기라도 할지, 이게 무슨 향인가 하고요 그때 잠시 모과가 되는 거죠 살갗 위에 묻은 끈적한 진액이 당신을 붙들지도 몰라요 이런, 저도 어찌할 수 없는 고독의 즙이랍니다 오세요, 누릴 수 있는 평수가 몇 발짝 되지 못해도 죽은 향이 살아나라 웅크린 방 ⸺계간 《시와 사람》 2021년 겨울호 ------------------ 손택수 / 1970년 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호랑이 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