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시인
- 현대시
- 허준박물관
- 강서구민회관시낭송
- 한국명시
- 윤동주
- 시낭송
- 풍경이 있는시
- 이서윤 시낭송
- 신춘문예
- 허준
- 명시
- 이서윤 시인
- 시낭송아카데미
- 축시낭송
- 풍경이 있는 시
- 문학
- 동의보감
- 시낭송행복플러스
- 한국명시낭송예술인연합회
- 좋은시
- 애송시
- 한국명시낭송
- 이서윤
- 강서구민회관 시낭송반
- 세계명시
- 장수길
- 한국명시낭송클럽
- 이서윤시낭송
- 명시낭송
- Today
- Total
목록2022신춘문예당선시 (11)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미역국 강일규 삽화=이형우 산부인과 병원 근처엔 혼자 우는 울음이 많다 팔을 벌리고 부를 이름이 없어 한낮에도 울음이 바람을 끌어안고 멸망을 낳는다 저만치 뒤따라오던 아내가 전봇대를 붙잡고 이름 없는 이름을 부르며 울고 있다 미안 미안 건너편 정류장에서도 한 여인이 어리어리한 앳된 딸아이를 끌어안고 있다 괜찮아 괜찮아 대기실에서 마주쳤던 한 남자와 한 남자가 보호자란 인연으로 눈빛이 스칠 때마다 놓친 연과 놓은 연을 위로했다 아내의 울음이 자궁 밖으로 다 빠져나가길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길에 소고기 반근을 샀다 당선소감 "아픈 이들 보듬는 따뜻한 시 쓰겠다" 강일규 시클라멘 화분에 영희 씨 젖꼭지만한 붉은 망울이 맺히기 시작했습니다. 꽃을 터트리기 전 베란다에서 햇살을 즐긴다는 그녀, 피고 지면 또 다른 ..
뉴타운 소문을 태우고 마을버스가 들어왔다 미숫가루처럼 흙먼지만 내려놓고 폐교를 한 바퀴 돌더니 제비처럼 고샅길을 빠져나갔다 언젠가부터 절개지 묵정밭엔 어린 의혹들이 심겨지기 시작했다 깨진 항아리 속에 갇혀있던 뻐꾸기 소리에 둔덕 까마중 몇, 복부인 같은 선글라스를 끼고 귀고리를 흔든다 전과자인양 담장 안을 기웃거리던 햇살, 굴다리 밑으로 잠입하고 배 밭으로 달려간 그림자 하나가 이른 아침부터 풍선 불 듯 바람의 평수를 후후- 부풀린다 두부장수 확성기에 귀를 열던 도토리들 일제히 상수리나무를 버린다 선거벽보 어지럽게 붙어있는 축대 아래, 사방치기 놀이를 하던 아이들 오후가 오랜만에 찾아온 밀짚모자 주위로 몰려든다 뻥튀기 소리에 놀란 해바라기, 발밑에 검은 태양들을 투투둑- 파종하고 늦게 외출한 채송화는 발..
일러스트=정윤성 빗속에 집이 잠겨있다 태풍이 온 나라를 휩쓸었지만 빈집은 날개를 접고 흔들리지 않았다 식구들은 모두 전주로 떠나버리고 덩그러니 혼자 남은 빈집 퇴행성관절염에 어깨 한쪽이 내려앉은 채 기울어 가는 생을 붙들고 있다 빈집의 담장을 지나다보면 허옇게 바랜 집이 손을 저으며 말을 걸어온다 평생 걸어온 길의 기울기와 그 길로 져 날랐던 가난과 고단함에 대해서 빈집은 미처 다 하지 못한 말들을 빈 방에다 새긴다 행간마다 피어나는 유폐의 점자들 마당 우물터로 목마른 잡초들이 조촘조촘 들어서고 버리고 간 장독대엔 혼잣말이 웅얼웅얼 발효 중이다 죽은 참가죽나무에 앉아 종일 귓바퀴를 쪼아대던 새소리도 날아가고 귀가를 서두르는 골목 일몰의 욕조에 몸을 담근 빈집이 미지근한 어둠으로 눈을 닦는다 종일 입술을 ..
삽화=류지혜 기자 birdy@ 자꾸 이야기하다 보니 말이 생깁니다 기분이 달라지고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기분 탓인가요? 그러자고 한 건 아닌데 수다장이가 돼서 오물조물 오래 씹어 쉴 새 없이 꺼냈어요 이야기라면 해도 해도 할 게 많아요 귀를 여는 자가 없다면 저 무성한 나뭇잎들이 있잖아요 이리 와서 들어봐요 늘 같은 이야기지만 오늘은 하나 더 추가시킬 예정이에요 극적인 요소는 늘 있어요 마녀들이 밤에 모여 항아리에 대고 떠들던 주문 같은 것도 있다니까요 인생은 재미 아니겠어요? 문밖 무성한 화분들은 신경 쓰지 마세요 이야길 엿듣고 흉내 내느라 줄거리가 아니 줄기가 생겨서 풍성해졌어요 염치도 없이 나무 옆에 나무를 낳네요 자꾸만 나무들이 생기는 오후에 하나 더 있다고 하나 더 없다고 나무가 나무 아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