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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달콤한 인생/장승리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달콤한 인생/장승리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1. 22. 18:53



장승리의 「달콤한 인생」감상 / 안도현


  달콤한 인생

    장승리

   내가 한 말에도 겁을 먹었어 무수하게 취소된 말들이 비로 내렸어 비가 시체를 건너뛰었어 시체가 웃음을 터트렸어 달콤한 것들이 얼마나 짠지 계속 물을 들이켜야 했어 갈증이 비를 취소했어 저 비를 잊어버리면 안 되는데 안 되는데만 기억이 났어 엄마를 때렸어 잘못했어와 미안해를 구분하지 못했어 모르는 걸 아는 것보다 모르지 않는 걸 아는 것이 더 어려웠어 사면이 예리한 유리와 춤을 추는 동안 붉게 지는 해가 아름다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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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체가 어떻게 웃어? 달콤한 걸 왜 짜다고 말하는 거야? 갈증이 비를 취소했다는 말은 말도 안 되는 비문이잖아. 엄마를 때리다니! 존속상해 혐의로 처벌받아야겠군. 이 아이 미친 거 아냐? 예리한 유리하고 춤을 추다니 이건 또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 이런 반응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지나치게 시를 자신의 액자에 넣어 보려는 태도다. 혼재된 말과 말을 있는 그대로 읽어 보자. 출구가 보이지 않는데 애써 출구를 찾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그것을 그것대로 달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안도현 (시인·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