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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온유한 독서/유정이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1. 27. 09:03



온유한 독서

 

유정이

 

 

 

밤새워 읽은 책은

 

이본(異本)이었어요

 

밑줄 그어 두었던 문장은 모래화석이 되었죠

 

눈으로 읽은 글자는 귀로 모여

 

버스 터미널처럼 시끄러운 소리를 내거나

 

바퀴를 굴리며 떠나갔어요

 

질문 없는 나라에 도착한

 

선박이 밤새워 읽은 것은 두꺼운 안개였습니다

 

새벽에 깨어나면 우리는 어두운 색깔,

 

내가 읽은 페이지는 찢어진,

 

아니죠. 찢긴

 

너무 더러운 바닥이었어요




    ㅡ시집 나는 다량의 위험한 물질이다(2017. 11)



유정이 / 1963년 천안 출생. 1993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내가 사랑한 도둑』 『선인장 꽃기린』 『나는 다량의 위험한 물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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