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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말의 뼈/이영옥

시낭송행복플러스 2017. 11. 27. 09:09



말의 뼈

 

이영옥

 

 

 

발을 버린 말

물 밑에서 조용조용 흘러가는 말

한 번씩 수면 위로 허우적거리는 루머의 팔과 다리

떠도는 말에서 귀를 건져낸다

내가 듣고 싶은 말들은 이제 어디로 갈 것인가

 

입술 위에 위태롭게 올린 말들

가장 먼저 등을 보인 말이 제일 따뜻했다

너의 친절한 입모양은 도끼날을 감추기에 좋다

 

귓속에 사는 주인 없는 말은

벌떼처럼 윙윙거린다

집중호우가 지나가면

범람하는 말들이 괴성을 지른다

천천히 귀가 멀어버린 강

 

탁한 강물이 맑아지는 사이

발을 찾아온 말이 뼈를 중심으로 몰려든다

입술이 촉촉해진다

 

 

 

                ―《주변인과 문학》2017년 가을호



이영옥/ 1960년 경북 경주 출생. 2004년《시작》신인상, 200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으로 등단. 시집 『사라진 입들』『누구도 울게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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