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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시가 있는 하루

몸에서 가장 먼 곳/황수아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3. 12. 07:51



황수아의 몸에서 가장 먼 곳감상 / 채상우

 

 

몸에서 가장 먼 곳

 

   황수아

 

 

등허리에 상처가 났다.

 

혼자 약을 바를 수 없어

상처는 점점 곪아갔다.

 

거울에 등을 비추고 고개를 한껏 돌린 뒤

내 몸의 가장 가엾은 자리를 보았다.

 

몸에서 가장 먼 얼굴과

몸에서 가장 먼 상처는 거울을 통해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래도록 한 사람을 사랑하면서도

마음의 가장 먼 곳을 차마 보여 줄 수 없었던

한 외로운 사람의 뒷모습이었다.

  

                      ⸺《현대시201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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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흔히 소유격 조사라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문맥에 따라 다른 의미들을 가지기 때문이다. "마음의 가장 먼 곳"은 아마도 '마음에서 가장 먼 곳'일 것이다. 그런데 '마음에서 가장 먼 곳'은 어디일까? 추측건대 본래 마음과 다른 마음 씀씀이이거나 말일 것이다. 통속적이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져야 한다는 그런 식 말이다. 이때 우리는 앞의 것은 '진심'이나 '본심'이라고 말하고 뒤의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여기곤 한다. 그러나 실은 사랑하는 마음과 그렇기 때문에 헤어져야 한다는 마음 가운데 어느 하나만이 진심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아니 둘 가운데 어느 하나가 진실이 아니라면 둘 다 거짓인 셈이다. 어쩌면 그래서 외로운 것이다, 사랑은. "차마 보여 줄 수 없었던" "마음의 가장 먼 곳" 또한 사랑하는 마음이었기에.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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