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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풍경이 있는시

추일서정 - 김광균

시낭송행복플러스 2013. 12. 15. 17:31

 

 

                                                                                                                사진-다음카페이미지

 

추일서정/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그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러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올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 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김광균(金光均, 1914∼1993)은 1914년 경기도 개성에서 태어났다. 1926년에 불과 12세의 나이로 중외일보에 <가신 누님>을 발표했다. 송도상업학교에 입학해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문학에 뜻을 두기 시작했다. 이 시기에는 주로 일본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石川啄木) 초기의 감상적인 작풍에 많은 감화를 받았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한 후 한동안 회사원 생활을 하면서 ≪시인부락≫, ≪자오선≫ 등의 동인으로 참가해 틈틈이 쓴 시들을 발표하곤 했다. 이후 193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설야>가 당선되면서 정식으로 등단하게 된다. 이것을 계기로 회사 생활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문필 활동을 시작한 그는 ≪와사등≫(1939), ≪기항지≫(1947) 등의 시집을 내면서, 당대의 대표적인 이미지즘 계열의 모더니즘 시인으로 사람들에게 널리 사랑받게 된다.

 

6ㆍ25 동란 기간 중에 동생의 납북으로 인해 다시 사업에 투신한 그는 성공적인 회사 경영을 바탕으로 한일경제특위 상임위원, 무역협회 부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 등을 역임한다. 1984년 건강 문제로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로 재차 문단에 복귀해 집필 활동을 재개한다. 이 기간 중 문단 원로들의 모임인 ≪회귀≫ 동인을 결성해 활동했으며, 시집 ≪추풍귀우≫(1986), ≪임진화≫(1989) 등과 함께, 문집 ≪와우산≫(1985)을 상재하기도 한다. 은관문화훈장(1989), 제2회 정지용문학상(1990)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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