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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비스듬히/권상진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7. 30. 08:20



비스듬히/권상진

 

 

 

비스듬히 

몸을 기울여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꼿꼿한 자세만으로는 볼 수 없는

세상과 사람의 틈

 

비스듬히 보아야

세상이 만만해 보일 때가 있다

예의처럼 허리를 숙여야 오를 수 있는 산비탈 집들 

첫차에 등을 기댄 새벽의 사람들

 

기대고 싶거나 주저앉고 싶을 

손 내밀고 어깨 주는 것은 

언제나 비스듬한 것들

 

삐딱하다는 것은

홀로 세상에 각을 세우는 일이지만

비스듬하다는 말은

서로의 기울기를 지탱하는 일

 

더러는 술병을 기울이면서

비스듬히 건네는 말이

술잔보다 따듯하게 차오를 때가 있다

 

 

              ⸺시집 눈물 이후(2018. 7)에서



권상진 / 1972년 경북 경주 출생. 2013년 전태일 문학상에 영하의 날들당선,  2015년 복숭아문학상에 별자리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눈물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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