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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이브의 가시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이브의 가시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8. 18. 08:18

이브의 가시*

 

   김현주

 

 

 

 

화분에 물을 줄까 아니면 스프레이를 좀 해줄까

 

건기와 우기 사이, 허연 가시를 촘촘히 뱉어내는 가시 선인장

 

가시의 본심은 붉은 꽃 아니면 푸른 잎새가 되는 것

 

꽃그늘 하나 없이 누대를 낳고 낳는

 

이브의 옆구리에서는 끊임없이 가시가 태어난다

 

맨발의 여자가 긴 두건을 두르고 뜨거운 정오를 지나간다

 

사내를 다섯이나 바꾼 수가라는 동네 우물가*에서

 

허연 가시를 뱉어내는 저 꽃의 내력,

 

다가서면 또 가뭇없이 사라지는 너는 한때 나의 신기루

 

네 눈길 따라 머무는 곳이 헛된 바람 속이라,

 

생의 건기 때마다 적의로 날카로워지는 내 몸의 가시

 

사랑은 언제나 무례해서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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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장 이름.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우물.

 

 

            ⸺시집 好好 해줄게(2018. 7)에서



김현주 / 전북 전주 출생. 전주여고, 고려신학대학 졸업. 2007시선으로 등단. 시집 페르시안 석류』 『好好 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