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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이브의 가시 본문
이브의 가시*
김현주
화분에 물을 줄까 아니면 스프레이를 좀 해줄까
건기와 우기 사이, 허연 가시를 촘촘히 뱉어내는 가시 선인장
가시의 본심은 붉은 꽃 아니면 푸른 잎새가 되는 것
꽃그늘 하나 없이 누대를 낳고 낳는
이브의 옆구리에서는 끊임없이 가시가 태어난다
맨발의 여자가 긴 두건을 두르고 뜨거운 정오를 지나간다
사내를 다섯이나 바꾼 수가라는 동네 우물가*에서
허연 가시를 뱉어내는 저 꽃의 내력,
다가서면 또 가뭇없이 사라지는 너는 한때 나의 신기루
네 눈길 따라 머무는 곳이 헛된 바람 속이라,
생의 건기 때마다 적의로 날카로워지는 내 몸의 가시
사랑은 언제나 무례해서 아프다.
⸻⸻⸻⸻⸻⸻
* 선인장 이름.
*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우물.
⸺시집 『好好 해줄게』(2018. 7)에서
김현주 / 전북 전주 출생. 전주여고, 고려신학대학 졸업. 2007년 『시선』으로 등단. 시집 『페르시안 석류』 『好好 해줄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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