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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나팔꽃과 입술/박정남 본문
나팔꽃과 입술
박정남
나팔꽃은 아무래도 입술이고
동그랗고 크게 벌린 입술이
받아내는 아침의 말씀을
높이 숭앙하기 위해
넝쿨손은 밤새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귀한 자리마다 꽃을 앉히고
크게 소리하는 나팔을 안길 정도로
나팔꽃의 말씀은 먼 곳까지 가야 한다고
믿고 있었지만
실제 말씀은 조용한 침묵의 소리다
아침에 깊숙한 속의 말씀을 길어 올리는
선연한 빛의 나팔꽃을 들여다보면
모례장자의 샘*을 들여다보듯
푸르고 깊다
길게 뻗은 꽃대 속에 화심을 숨기고 있는 꽃을
아침 햇살이 찾아와 환하게 밝힐수록
신비의 매혹은 깊어지고
아침의 신선한 기운이 푸르게
주위를 물들이고 있다
그래서 나팔꽃은 보랏빛이거나 선연한
진분홍의 얇은 입술이지만
아무도 그에게 키스하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하지는 않는다
⸺⸺⸺⸺⸺⸺
* 신라에 처음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이 머물렀다는, 일선군의 큰 부자인 모례의 집 우물로, 직사각형의 석재를 우물 井자 모양으로 짜서 만들었다.
⸻격월간 《시사사》 2018년 9-10월호
박정남 / 1951년 경북 구미 출생.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숯검정이 여자』『길은 붉고 따뜻하다』『이팝나무 길을 가다』『명자』『꽃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