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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춤추는 혀/김미정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11. 10. 10:28



춤추는 혀

   

  김미정

 

  

 

물컹거리는 시간의 파편

 

바닥에서 자란 혀들은 죽은 지 5백 년이 되었고 우린 두 갈래 갈라진 혀 끝에서 길을 잃는다 변명이나 핑계는 비겁한 혀들이 하는 하품, 계단이 흘러내린다

 

그날 주어는 없었고 문장 밖으로 걸어간 혀들은 돌아오지 않는데 계단을 삼킨 고백이 밤하늘에 쏟아진다 흩날리는 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오늘은 어떤 계단 위에서 잠드는 걸까

젖은 길들은 불가능한 무늬를 멈추지 않고

 

춤춰라 춤을

몸부림의 언어를

그건 너인 동시에 나였을까

 

수천 개의 혀가 떠오르고

어둠의 깊은 무늬가 잠깐 환해진다

 

고요히 불타오르는 길이 혀에 매달려 있다

 

             

                ⸺계간 시와 사람2018년 가을호



김미정 / 서울 출생. 2002년 월간 《현대시》신인상  시 당선. 2009년 계간 《시와 세계》 신인상  문학평론 당선. 시집 『하드와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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