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낭송행복플러스(시와 함께 가는 행복한 삶)

양들의 침묵/이현호 본문

아름다운 시편들/명시. 좋은시

양들의 침묵/이현호

시낭송행복플러스 2018. 11. 12. 11:31



양들의 침묵

 

  이현호

 

 

 

그대가 풀어놓은 양들이 나의 여름 속에서 풀을 뜯는 동안은
삶을 잠시 용서할 수 있어 좋았다

기대어 앉은 눈빛이 지평선 끝까지 말을 달리고
그 눈길을 거슬러오는 오렌지빛으로 물들던 자리에서는

잠시 인생을 아껴도 괜찮았다 그대랑 있으면

그러나 지금은 올 것이 온 시간
꼬리가 긴 휘파람만을 방목해야 하는 계절

주인 잃은 고백들을 들개처럼 뒤로하고
다시 푸르고 억센 풀을 어떻게 마음밭에 길러야 한다

우리는 벌써 몇 번의 여름과 겨울을 지나며

두 발로 닿을 수 있는 가장 멀리까지
네 발 달린 마음으로 갔었지

살기 위해 낯선 곳으로
양들이 풀을 다 뜯으면 유목민은 새로운 목초지를 찾는다

지금은 올 것이 오는 시간
양의 털이 자라고 뿔이 단단해지는 계절

 


  시집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2018. 10)에서



이현호 / 1983년 충남 전의 출생. 2007현대시신인상으로 등단. 시집라이터 좀 빌립시다』『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

 

다음검색


'아름다운 시편들 > 명시. 좋은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원/박정은  (0) 2018.12.10
식물도감/안도현  (0) 2018.12.10
춤추는 혀/김미정  (0) 2018.11.10
괄호/마선숙  (0) 2018.11.06
나팔꽃과 입술/박정남  (0) 2018.11.06